비 오는 날, 길고양이들은 어디서 비를 피할까? 궁금한 마음에 우산을 들고 골목으로 나서 봅니다.
사람이 쓴 우산도 휘청휘청할 만큼 거센 비바람이 불어, 길 위로 고양이의 자취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고양이 레이더를 윙윙 돌려보면, 어디선가 잡히는 게 있습니다.
처마 밑에서 가만히 비를 피하고 있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친 것입니다. 물에 젖은 땅을 밟은 듯,어린 고양이가 오도카니 앉은 땅 주변으로 동그라니 젖은 발자국이 또박또박 찍혔습니다.
고양이와 눈높이를 맞춰 살그머니 쭈그리고 앉아봅니다. 가만히 보니, 검은 코팩 무늬에다
짜장면을 먹다가 국물이 한 방울 튄 듯한 점무늬까지 갖추었습니다.
비오는 날, 눈길은 자연스레 젖은 땅을 향합니다. 흙이 사라진 바닥에는 시멘트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왼쪽의 사람 발자국 옆에 나란히, 고양이 발자국이 또박또박 찍혀 있습니다.
누구 발자국이 먼저 찍혔을까요?
오래 전 이곳에 처음 시멘트 바닥이 깔렸을 때, 나란히 찍힌 발자국처럼,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 걷는 길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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