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찰리와 호순이가 담벼락 위에 사이좋게 누워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의 나른하고 기분 좋은 시간,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휴식시간이지만,
저를 빤히 바라보는 고양이들의 표정을 보니 뭔가 재미난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눈치입니다.
앗, 그런데 찰리의 등 뒤에서 뭔가 꼬무락거리는 기운이 느껴집니다.
끄트머리가 뾰족한 자그마한 삼각형 두 개. 갈순이가 얼굴을 쏙 내밉니다.
입 옆에 하얀 줄무늬가 있는 것까지 호순이와 너무도 닮았습니다.
‘순한 호랑이’라는 뜻으로 지어준 호순이의 이름처럼, 털빛이 갈색인 갈순이는 ‘갈색 순한 호랑이’라는 뜻에서
순자 돌림으로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남자 고양이인데 갈순이라고 부르는 걸 본묘가 알면, 좀 껄끄러워 하려나요.
좁은 자리에 세 마리가 굳이 다닥다닥 붙어앉은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한데요.
좁은 자리의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서로에게 몸을 기대는 게 더 좋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는 고양이들이 입을 모아
“아무렴, 둘보다는 셋이 좋지” 하고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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