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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이사를 앞두고도 한가로운 고양이 마음

by 야옹서가 2011. 7. 31.

이사를 준비할 시간이 주말밖에 없는지라 마음이 바빠집니다. 생각해보니 1997년 여름 이 동네로 이사와서

14년을 쭉 살았네요. 중간에 한번 다른 동으로 이사가긴 했지만 내내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살았으니까요.

이 집에서 산 지는 올해로 6년째로 접어듭니다. 스밀라도 이곳에서 처음 맞이하게 되었으니
 
스밀라에게는 첫 집의 기억이 담긴 곳인데, 아직 곳곳에 스밀라의 흔적이 남아있는데

다른 곳으로 떠나려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드네요. 


십수 년간 쌓인 살림이 한가득이라 정리가 쉽지 않습니다. 제 생각엔 이것도 저것도 버리고 가면 좋겠는데 

며칠째 버리기 작업에 진전이 없네요. 거실 구석에 놓아두었던 장식장을 꺼내서 어떻게 할까 고민합니다.

어머니는 버리지 않는다고 하시고, 이걸 또 다른 집으로 갖고 갈 걸 생각하니 갑갑하네요.


스밀라는 이사를 앞둔 인간들의 고민도 모르는 채, 벽에 붙어있던 장식장이 바깥에 나와 있으니

전망대로 쓸 생각밖에 하지 않습니다. 평소에는 잘 올라가지 않던 곳인데, 이젠 TV장식장을 밟고 2단 뛰기로 올라가

맨 위로 올라가서는 "이건 내 거야" 하듯 앞발로 턱 붙잡고 놓지 않네요.

누워있다 지겨우면, 저렇게 가만히 앉아 고개만 빼고 눈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기만 합니다.

'너는 이사 걱정 없어서 좋겠다.' 문득 그런 생각에 스밀라가 부럽고 샘이 납니다.


고양이에게도 고양이 나름의 고민이 있겠지만, 막상 마음속에 걱정이 쌓일 때면,

모든 일에 초연한 표정을 짓는 고양이가 부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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