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처럼 앞가슴에 무늬가 있는 검은 고양이를 흔히 턱시도냥이라 부르지만
때론 반달냥이라고 부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턱시도라기엔 너무 육중한 몸매가 아기곰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무엇보다 절반만 뜬 것처럼 게슴츠레한 두 눈이 딱 반달 모양이기 때문이랍니다.
개미마을에 사는 길고양이 반달이도 그런 ‘반달곰’과‘에 드는 고양이입니다.
저번에 만났을 땐 두세 마리 고양이 무리 속에 끼어 있던 반달이가 오늘은 혼자 트럭 밑에 나와서
가만히 앉아있습니다. 트럭을 엄폐물로 삼아 가만히 뭔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
사람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친구를 기다리는 것도 아닌 모습에 궁금증이 생깁니다.
힐끔 올려다보지만, 다급하게 피하지는 않고 귀찮은 듯 옆 트럭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낯선 사람에게 살갑게 굴지 않는 반달이는, 사람의 관심을 피해 좀 더 으슥한 트럭 안쪽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까만 털이 어둠에 묻혀 잘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어둠의 차단막이 자기를 가려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거겠지요.
그늘 아래 몸을 숨기고 가만히 밖을 내다보는 반달이의 불룩한 배와
흰장갑 낀 것처럼 발가락 부분만 하얀 앞발이 도드라집니다.
어서 해가 지기를 바라며, 반달이는 반달 눈을 뜨고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해가 지면 어느 집에선가 내다버린 음식물로, 오늘도 배를 채울 수 있을지 모릅니다.
* 사진만 찍고 가느냐고 걱정하는 분이 계셔서 부연설명합니다. 제 블로그에 자주 들르는 분이라면 아실텐데,
길고양이를 만나러 다닐 때면 사료도 함께 가지고 갑니다. 매일 만날 수 없으니 매일 챙겨줄 수는 없더라도,
저를 만났을 때만이라도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걱정하시는 마음은 충분히 알겠고요,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은 안 하셔도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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