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문 열어달라는 스밀라를 데리고 햇살바라기 하러 간다. 어린이집에서 쓰다 버린 조그만 나무의자가 귀여워서 분리수거일 때 주워다가 베란다에 보관해 둔 것이 꽤 오래 전 일인데, 그 의자가 어느새 스밀라의 전용석이 되었다. 타일 맨바닥에 그냥 앉으면 아직까지는 엉덩이가 시리기도 하고, 베란다 턱 때문에 창밖 풍경이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전망대 높이를 약간 높여주고 싶었는데 어린이집 의자 높이면 딱 알맞다.

 

한 달 전쯤 비오던 날 비슷한 각도에서 사진 찍었을 때는 아직까지 나뭇가지가 앙상했는데, 어느새 꽃이 지고 새 잎이 풍성하게 돋아 여름 분위기가 난다. 스밀라도 그윽한 얼굴이 되어 바깥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다. 복슬복슬 따뜻하고 부드러운 봄고양이 스밀라. 

그렇게 창밖을 보다가도 등 뒤에서 인기척이 나면 "응?" 하고 고개를 휙 돌리며 딴청을 부리기도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는, 창밖을 구경하는 스밀라의 옆얼굴을 곁에서 보고 있을 때다. 어린아이 얼굴 같은 앞짱구 이마에,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 참 좋아서. 열 살이 다 되어가지만 고양이의 미모는 빛바래는 일이 없구나. 오히려 농익은 모습을 보여줄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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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괭인
    2013.05.06 06:20

    어린고양이만큼 귀여운 게 없는 것처럼 나이있는 고양이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는 것 같아요. ㅎㅎ
    스밀라의 깊은 눈동자.. 너무 예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렴 스밀라! ^^

    • BlogIcon 야옹서가
      2013.05.06 10: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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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시절 함께해온 동지 같은 든든함이 느껴지지요. 스밀라도 제법 나이를 먹었는데, 지병이 있지만 아직 든든하게 버텨주니 고마워요.

  2. 스밀라팬
    2013.05.09 03:44

    스밀라는 산책이 가능하나요??

    • BlogIcon 야옹서가
      2013.05.09 10:4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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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밀라는 산책을 하지 않아요, 유기묘였던 기억이 있어 버려질까 겁을 내는지 바깥을 무서워한답니다.
      현관 쪽으로 안고 나가는 시늉만 해도 발톱 내밀고 도망가요. 그래도 바깥 냄새 맡거나 베란다 구경을 하는 건 좋아해요.
      거기서는 자기 영역이라 안심이 되는 모양이에요.

  3. 김수연
    2013.05.13 01:19

    창가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는 고양이를 쳐다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참 평화로워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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