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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사 | 칼럼/한겨레 ESC칼럼

변심한 스밀라와 어머니

by 야옹서가 2007.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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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의기양양한 웃음. 스밀라는 말린 닭가슴살 간식을 주면 좋아한다.

나이 지긋한 분들이 대개 그렇듯, 어머니도 “고양이는 원수를 갚는 영물이니, 절대 집에 들이면 안 된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들었을 땐 ‘무슨 전설의 고향도 아니고 …’ 싶었지만, 어머니에겐 확고한 근거가 있었다. 우리 할머니, 그러니까 어머니에겐 시어머니인 그분이, 고양이 때문에 돌아가셨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루는 할머니가 집 안에 들어온 새끼 고양이를 내쫓았는데, 앙심을 품은 어미 고양이가 어느 날 깜짝 놀라게 하는 바람에 할머니가 쓰러졌고, 오래 앓다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몇 차례 설득도 해봤지만 어머니는 완고했다.

그래서 작년 7월 스밀라가 우리 집으로 숨어들었을 때 제일 걱정됐던 사람도 어머니였다. 언젠가 독립하면 고양이와 함께 살 생각은 했지만, 분가하는 시점보다 고양이가 먼저 내게 올 줄은 몰랐다. ‘이제 어쩐다, 이 녀석이랑 집을 나가서 월셋방이라도 얻어야 하나’ 하고 고민했다.

한데 뭐든 닥쳐봐야 안다고, 처음 스밀라를 발견한 어머니는 어이없어 하면서도 내다 버리라는 말씀은 차마 못 하셨다. 자꾸 눈치 보며 구석으로 숨는 녀석이 불쌍해 보였던 게다.

어영부영 스밀라와 한집 살림을 시작하면서, 어머니도 알게 모르게 스밀라와 정이 들었던 것 같다. 서점에서 ‘고양이 잘 키우는 법’에 대한 책을 읽고 와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셨고, 스밀라가 중성화 수술을 받고 누워 있을 때 ‘몸이 따뜻해야 한다’며 앙증맞은 꽃무늬 담요를 덮어 주셨다. 이 무렵까지만 해도, 나는 스밀라가 날 가장 많이 의지하고 따를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상황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 야근이 잦아 스밀라와 자주 놀아 주지 못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어머니의 직장이 문을 닫으면서 어머니와 스밀라가 종일 집에서 함께 있게 된 것이다.

이젠 나와 어머니가 동시에 “스밀라!” 하고 부르면, 스밀라는 나를 힐끔 보고는 어머니 쪽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간다. 어머니가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엘리베이터 소리가 나면, 스밀라는 부리나케 현관으로 달려가 앞발을 공손히 모으고 앉아 있다. 이 모든 상황을 즐기게 된 어머니는 막둥이라도 얻은 기분인지, 심지어 며칠 전에 이런 말까지 하셨다.

“원이야, 스밀라가 ‘엄마~’ 하고 운다. 저 봐라, 지금 엄마 하잖아.”
내 귀에는 ‘응냐~’ 정도로밖에 안 들리는데 말이다.

길고양이 블로거 www.catsto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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