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인터뷰]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의 고경원을 만나다
--- 인간과 길고양이와의 '공존'을 꿈꾸는 따스한 앵글
Vol. 48 2007. 2. 1~2. 7
‘고경원의 그로테스크 아트’를 연재하고 있는 고경원은 미술과 책, 그리고 '길고양이'에 푹 빠져 산다. 그녀의 블로그 '길고양이 이야기'는 이미 백만 네티즌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런 그녀가 책을 펴냈다. 좀처럼 보기 드문 '길고양이'에 관한 책이다. "가장 고단했던 시절, 나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고 스스로 고백하는 길고양이를 향한 그녀의 따스한 시선이 책갈피마다 묻어 있다.
고경원 지음,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 갤리온, 8천8백원, 2007년 1월
Q. '길고양이' 사진을 찍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왜 하필 '길고양이'인가?
처음부터 길고양이를 위해 뭔가 하려는 의도로 시작한 건 아니었다. 작심하고 길고양이를 찍기 시작한 건 2002년 7월 밀레니엄 타워 근처에서 어린 길고양이를 만나면서부터다. 전시 리뷰, 도서 리뷰를 쓰기 위해 매주 종로 서점가와 인사동 화랑가를 오가던 무렵, 자주 다니던 길목에 늘 길고양이가 있었다. 처음엔 집에서나 살 법한 녀석들이 거리에 나앉은 모습이 애틋해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이 점차 쌓이면서 블로그도 길고양이 중심으로 운영됐다.
Q. '길고양이'라는 이름이 흥미롭다. 우리는 그저 도둑고양이로 부르는데.
거리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를 일컫는 부정적 호칭의 극단은 도둑고양이다. 도둑이라는 말에서 풍기는 부정적 어감은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극대화할 뿐이다. 이는 다시 길고양이에 대한 근거 없는 학대로 이어지기 쉽다. 그래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고양이에 대한 중립적 호칭이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길고양이’라는 표현을 쓴다.
Q. 당신에게 '길고양이'란 어떤 존재인가?
팍팍한 현실을 개척하며 당당히 살아가는 길고양이를 생각하면서 힘들 때마다 마음을 다잡는다. 지금도 어떤 사진 속에서 그들이 ‘봐, 나도 이렇게 살고 있잖아’ 하고 용기를 주는 것 같다. ‘길고양이 이야기’ 블로그를 운영하는 동안, 나뿐만 아니라 몇몇 분들이 비슷한 소감을 들려줬다. 각박한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길고양이가 주는 어떤 위안이 분명 있는 것 같다.
Q. 유독 기억에 남는 '길고양이'가 있다면?
가회박물관에 취재 갔다 만난 턱시도 무늬의 새끼 고양이. 아직 어미 품에서 재롱부릴 나이에 거리로 나선 고양이가 안타까워 잊히지 않는다. 나이에 걸맞지 않는 어른의 얼굴을 한 아이를 볼 때, 그 아이가 잃어버린 유년기를 상상하고 마음이 아린 것처럼, 새끼 고양이를 보면서 안쓰러웠다. 검은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눈초리까지 떠안게 될 녀석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녀석은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었다.
Q. '길고양이'를 앵글에 담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닐 텐데. 특별한 노하우라도?
고양이의 시점과 일치하는 사진을 찍으려면 몸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 고양이를 쫓아 잽싸게 달려야 찍을 수 있는 사진도 있지만, 대개 고양이가 안심하도록 딴청을 피우며 슬금슬금 다가가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다. 길고양이의 환심을 사기 위해 늘 사료나 간식을 갖고 다닌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 시간 넘게 길고양이를 따라다녀도 지겹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고양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Q.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텐데?
당당하고 생명력 넘치는 길고양이의 모습과, 그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길고양이와 공존하는 방법’을 전하고 싶었다. 인간의 모습을 하지 않았을 뿐, 그들 역시 우리와 함께 거주공간을 공유하는 이웃이다. 아무쪼록 이 책이 고양이에게 별 관심 없던 사람들에게 길고양이의 존재를 일깨우고, 꾸준히 길고양이 보호 활동을 펼쳐온 분들에게는 작은 힘이 되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Q. 당신이 키우는 고양이 '스밀라'의 일상도 재미있다.
2006년 여름 장마철에 버려진 두 살배기 고양이를 임시로 돌보다 정이 들어 함께 살고 있다. 처음에는 소심하고 얌전한 줄로만 알았는데, 이젠 틈만 나면 두 발로 일어서서 내 방문을 앞발로 열고 거실로 우다다 뛰쳐나간다. 가끔 그 털옷 속에 작은 사람이 숨어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Q. 소설가 김영하 씨의 고양이 '입양' 얘기를 책에 담지 못해 아쉽다고 들었다.
길고양이였다가 입양된 방울이와 깐돌이, 두 마리 고양이와 사는 김영하 씨와 인터뷰하면서 “어렸을 때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고양이를 데려다가 함께 사는 건, 인간에게도 어떤 자기 구원의 가능성을 주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스밀라와 함께 살면서 그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불안해하던 길고양이가 어느 순간 마음을 열고 다가올 때의 감동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경이로운 순간을 직접 체험해보길 바란다.
| 윤동희 _ 편집장 hee@abc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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