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는 직장에 다니느라 바쁘신 어머니가 모처럼 스밀라와 놀아주시겠다기에,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드렸습니다. 스밀라가 평소에 좋아하던 플라스틱 끈을 휙휙 휘둘러봅니다. 근데 스밀라가 그다지 협조를 안해주네요.
표정이 영 떨떠름합니다. "이뭥미?"라는 얼굴.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기까지... 별로 놀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 삐친 걸까요? 플라스틱끈 끝에 스밀라가 좋아하는 빵끈까지 꿰었지만, 가차없이 고개를 휙 돌려버립니다. 예전에 깃털낚시 장난감으로 놀던 때의 똥꼬발랄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네요.이젠 아예 앞발 집어넣고 식빵자세. 이건 놀 생각이 없다는 거지요. '어머니, 평소에 잘하시죠...' 뭐 그런 눈빛이랄까?
개는 반려인이 놀자고 하면 "저는 언제나 놀 준비가 되어있어요!" 하고 달려들지만, 고양이는 '흥, 난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놀지 않겠어' 라고 하죠. 어렸을 때 집 앞마당에서 '쫑'이라는 누렁이를 키운 적이 있어요. 쫑은 우리가 놀자고 하면 언제든 미칠듯이 꼬리를 흔들며 즐거워하곤 했지요. 마당에서 혼자 자라던 개의 외로움 탓일 수도 있겠지만, 일단 주인으로 인식한 사람이 뭔가를 지시하면 복종하고 따르는 것이 개의 특징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충직한 동물이라는 소리도 듣고요.
고양이도 놀아주는 것은 좋아하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놀 생각을 않아요. 개가 사람을 '주인'으로 생각한다면, 고양이는 인간을 '동거인'이나 '친구' 정도로 여깁니다. 만약 동거인과의 사이가 데면데면하다면, '함께 살긴 하는데 말은 잘 안 통하는, 덩치 큰 동물' 정도로 생각할 지도 모르지요.
사람의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고양이는 건방져서 싫다거나, 복종을 모른다거나 하고 불평하지요. 하지만 동물이 왜 인간에게 복종해야 하는 걸까요? 내가 밥을 먹여주고 재워주니까? 그런데 그것도 고양이가 선택한 건 아니지요. 내가 선택해서 데려온 거니까,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질 뿐이지요.
고양이가 함께 살아가면서 내게 기쁨을 준다면, 그것은 당연히 받아야할 게 아니라 '인생의 덤'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덤을 안 준다고 해서 나쁘거나 틀린 것은 아니지요. 물론 인심 좋은 고양이를 만나서 덤을 푸짐하게 받으면 기쁘기야 하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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