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단잠 자는 길고양이 '행복해'

by 야옹서가 2008. 9. 19.

토실토실한 앞발을 베게 삼아 잠든 길고양이들. 길에서 살아가는 고단한 삶이지만,
안전한 곳에서 단꿈을 꾸는 순간만큼은 더없이 평안해 보입니다.
햇살이 어린 고양이의 등을 따뜻하게 쓰다듬으면 솔솔 졸음이 오지요.

대부분의 길고양이들이 사람을 경계하고 달아나지만, 유독 여유로운 심성을 가진 녀석들도 있습니다.
숨을 곳이 많고, 먹을 것이 넉넉한 곳을 근거지로 삼아 살아가는 고양이들입니다.
바닥에 떨어진 비닐장판 조각을 깔고 누운 녀석을 보니, 집에 있는 스밀라가 생각났습니다.
종이 한 조각이라도 바닥에 깔려있으면 기어이 깔고앉기를 좋아하는 고양이의 습성은 길고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이, 너만 좋은데 앉지 말고 나도 좀 앉아보자." 밀크티가 슬며시 끼어듭니다.
 졸지에 명당자리를 뺏긴 오렌지티지만, 하악거리며 화를 내지 않고 장판조각 일부를 양보합니다.
두 마리 고양이가 벌이는 소란에, 아까부터 잠들었던 어린 고양이가 부시시 눈을 뜹니다.
'왜 이렇게 시끄럽냐옹( -ㅅ-)' 하는 것처럼 불만스런 표정이네요.

오랫동안 만나 얼굴을 익혀온 길고양이들이라 그런지, 제가 곁에 있어도 개의치않고 벌렁 드러누워 잠을 잡니다.
네 마리가 어찌 같은 자세가 하나도 없는지... 저마다 편하게 느껴지는 자세가 있나 봅니다.
 그나저나 밀크티 등 뒤에도 장판조각이 있었네요. 제 것은 놔두고 남의 것을 탐내다니^^;

고양이들은 하루에 평균 16시간을 잔다고 하네요. 하루는 24시간이니...깨어있는 시간은 고작 8시간?
사람처럼 여러 시간 연달아 깊은 잠을 자는 것은 아니고, 토끼처럼 얕은 잠을 잡니다.
잠잘 때도 귀는 예민하게 열려 있어서, 적으로부터 자기 몸을 지킬 수 있지요.

 
한국의 길고양이도, 여행하면서 만났던 일본의 길고양이도 잠자는 모습은 비슷했어요.


한국 길고양이들이 어딘가 으슥한 곳에 숨어서야 안심하고 잠을 잔다면,
일본의 길고양이들은 대로변에서도 마음놓고 잠든다는 점 정도가 다를까요?

세상모르고 잠에 빠진 길고양이를 보노라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맴돕니다.
세상의 모든 길고양이들이 행복하기를, 평안히 잠들 수 있기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