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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사 | 칼럼/박물관 기행

로봇박물관

by 야옹서가 2005. 6. 1.

주간한국》 2005.6.01 |초등학생 시절 태권V와 마징가Z를 보며 마냥 즐거웠고, 좀 더 자라서는 건담과 마크로스를 보며 성장한 이들이라면 로봇에 대한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문방구에서 로봇 프라모델을 사 모으고 로봇만화 설정집을 해적판으로 구해 가슴 두근거리며 읽던 사람들에게 앤티크 로봇은 단순히 장난감으로 치부할 수 없다. 시간을 초월한 앤티크 로봇들이 관람자의 추억을 일깨우는 곳이 로봇박물관(www.robotmuseum.co.kr)이다.

 

티크 로봇 장난감 매니아의 순례지
2004년 5월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개관한 로봇박물관은 명지전문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백성현 교수가 수집한 3,000여 점의 앤티크 로봇 및 관련 오브제를 전시한 곳이다. 박물관 건물 2, 3층에 전시된 로봇 오브제 중에서도 주로 앤티크 로봇 장난감이 많아 이채로운 장난감 구경을 좋아한다면 한번쯤 가볼 만하다. 교육적 측면과 오락적 요소가 결합된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의 개념을 넘어, 장난감을 매개로 한 엔터토이먼트(Entertoyment)의 개념을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각종 유사인간형 장난감과 함께 관련 고서가 전시된 제1 전시관 전경.

로봇의 역사는 체코 극작가 카렐 차펙의 희곡 ‘로섬의 만능 로봇’(1921)에서 처음 ‘로봇’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시점으로부터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로봇박물관에서는 14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로봇의 연대기를 보다 넓은 시각으로 조망한다. 흔히 우리가 일반적으로 로봇이라고 생각하는 대상뿐 아니라, 자동인형 제작으로 유명한 보캉송의 오리 인형,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양철 로봇, 카를로 콜로디의 말썽꾸러기 나무인형 ‘피노키오’, 팀 버튼의 ‘가위손’,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사 인간’의 형상을 제시하고 분석한 것이 이채롭다.

로봇 역사의 연대표인 ‘한눈에 보는 로봇 스토리’에 눈길을 주며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앤티크 로봇 장난감을 주로 전시한 제1전시관의 ‘세계의 초기 로봇’ 진열대다. 이곳에서는 1900년대 이후 제작된 앤티크 로봇들을 세계 40개국에서 수집한 풍경을 배경으로 접할 수 있다. 양철로 만들어 군데군데 녹이 슨 ‘틴 토이’, 국가별, 시대적 특성을 반영한 각양각색의 앤티크 로봇 장난감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반영돼 물감 칠이 벗겨지고 모서리가 닳았어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여성 로봇의 시대적 변화를 보여주는 전시물도 흥미롭다. 갑옷을 입은 성녀 잔 다르크의 이미지가 1926년 SF로봇영화의 서막을 알린 프리츠 랑 감독의 영화 ‘메트로폴리스’에서 어떻게 바뀌고, 나아가 1970년대 소라야마 하지메의 섹시로봇 일러스트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보여준다. 특히 영화 ‘메트로폴리스’에 등장한 여성 로봇 마리아는 섹시함과 신비함을 동시에 갖춘 존재로 언급되는데, 전시관 곳곳에서 여러 작품을 볼 수 있다.

추억의 로봇 태권V를 전시한 진열대에서는 만화영화의 사운드트랙, 딱지, 프라모델 등 관련 상품을 함께 전시해 관람자의 향수를 자극하며, 아톰과 마징가Z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로봇 장난감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이란 테마로 진열된 전시장에서는 같은 종류이지만 다양한 크기로 제작된 로봇들이 마치 가족처럼 한 자리에 모여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로봇뿐 아니라 관련 문화 현상도 함께 조망해


'세계의 초기 로봇' 진열대에 전시된 1930년대 스위스 로봇 '미도'.

3층에 마련된 제2전시관에서는 단순히 로봇만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로봇, 로봇과 광고, 로봇과 디자인, 로봇과 문화상품 등 다양한 문화현상에서부터 로봇의 모습을 거꾸로 짚어 올라가 눈길을 끈다. 국내외 문화 속 로봇의 실체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실제로 로봇 장난감을 작동해볼 수 있는 체험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제2전시관에 마련된 입체영상실에서는 우주해적 다크드롤단과 우주경찰 솔라캅의 대결을 그린 유아용 3D 입체만화영화 ‘우주경찰 솔라캅’이 30분 간격으로 상영된다. 입체안경을 쓰고 관람하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가는 레이저빔과 운석 조각 등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점은 신기하지만, 주 관람층으로 예상되는 로봇 매니아를 대상으로 한 입체영화가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로봇박물관에서는 전시물의 자유로운 촬영이 가능해 카메라 속에 추억을 마음껏 담아갈 수 있다. 박물관이라고 부르기엔 다소 작은 규모지만, 일일이 설명을 읽고 마음에 드는 로봇을 사진 찍다 보면 시간이 금세 흐른다. 그러나 첨단 기술이 집약된 대형 로봇을 기대하거나, 어린 아이들이 좋아하는 최신 유행 로봇들을 보여주려는 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주로 소형의 앤티크 로봇 장난감이 소장품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로봇의 역사에 관심이 있고 색다른 물건 촬영을 즐기는 ‘디카족’이나, 로봇의 등장이 현대 문화 속에서 어떤 의미로 자리잡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 관람시간-오전 10시~오후 8시(입장마감 오후 6시 30분, 월요일 휴관)
* 관람요금-대인 8,000원, 대학생(학생증 소지자)ㆍ청소년ㆍ소인 5,000원, 만3살 미만 무료 
* 문의전화-02-741-8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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