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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사 | 칼럼/박물관 기행

떡부엌살림박물관

by 야옹서가 2005. 6. 30.
[주간한국 2005. 6. 30] 가장 가까이 있기에 그 소중함을 잊고 살지만, 어느새 추억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린 생활문화가 있다. 나이 지긋한 관람객에게는 어릴 적 추억을 되새기는 향수의 공간으로,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신세대들에게는 웰빙 바람을 타고 새롭게 주목받는 전통 떡과 퓨전 떡등 우리 먹거리의 조명을 통해 옛 사람들의 지혜를 체험할 수 있는 떡부엌살림박물관(www.tkmuseum.or.kr)을 찾아가본다.

서울 종로구 와룡동에 위치한 떡부엌살림박물관은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소장 윤숙자(57) 관장이 지난 2002년 1월 개관한 곳이다. 박물관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 떡부엌살림박물관에서는 우리네 전통 떡 문화와 더불어 부엌살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생활문화를 다룬 것이 특징이다. 윤 관장이 지난 20여 년간 배화여대 전통조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틈틈이 수집해 온 부엌살림, 떡 문화와 관련한 소장품 2,000여 점 중 선별한 생활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잊혀져간 부엌살림, 우리 밥상 되살려내는 노력
먼저 2층에 위치한 부엌살림박물관에서는 너무나 일상적인 물건이기에 주목받지 못하고 잊혀져 간 부엌살림을 전시하고 있다. 주발, 막사기, 종지, 수저 등의 식기류와 돌확, 채칼 등의 조리용 도구 및 기구, 저장발효 용기류 및 의료용 약기류 등을 전시하는 것은 물론, 불과 수십여년 전만해도 우리네 어머니 세대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했던 아궁이 딸린 부엌까지도 만나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설날, 추석, 단오, 동지, 유두 등 한국에서 그 의미를 중히 여기는 날에 전통적으로 즐겨 먹었던 시절 음식의 실물 모형들이 전시되어 눈길을 끈다. 예컨대 초파일에 차려 먹었던 느티떡과 비빔국수, 도미찜, 어채, 미나리강회 등 조그만 소반이 가득 채워지도록 상 위에 번듯하게 차려진 모습은 금방이라도 손을 뻗으면 먹을 수 있을 것처럼 생생하게 재현되어 군침을 돌게 한다.

이처럼 실감나는 모형으로 재현해놓은 전통 밥상 문화는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신세대에게는 더없이 새로운 것이다. 더불어 예전에 전통 밥상을 접해본 관람객들에게는 추억의 밥상으로 친근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전통 떡부터 퓨전 떡까지 다채로운 떡 박물관
3층에는 떡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전통 떡 종류는 200여 종에 달한다는 것이 통설이지만, 점차 우리 주변에서 떡 문화를 찾아보기 힘겨워지는 요즘엔 고작 십여 가지 정도가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나 떡박물관에서는 50여 가지의 우리 떡을 재연해 전시하면서 사라져가는 떡 문화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알록달록 빛깔 고운 떡들을 실물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한 정성에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떡박물관에서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찐떡, 친떡, 지진떡, 삶은떡 등 크게 네 종류로 나뉘는 떡의 종류를 접할 수 있다. 먼저 찐떡은 멥쌀이나 찹쌀을 물에 담갔다가 가루로 만들어 시루에 안친 뒤 김을 올려 익히는 것으로 무시루떡, 국화병, 느티떡, 두텁떡, 깨찰편 등이 있다. 한편 친떡은 곡물의 껍질을 벗기고 가루로 만들어 시루에 찐 다음 절구나 안반 등에서 치는 것으로, 흰떡, 절편, 차륜병, 개피떡, 인절미, 단자류 등을 들 수 있다.

지진떡은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빚거나 모양을 만든 다음 기름에 지지고, 꽃잎이나 대추 등으로 장식하는 것으로, 전병, 화전, 주악, 부꾸미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삶은 떡은 찹쌀 가루를 반죽한 것을 끓는 물에 삶아 건진 다음, 고물을 묻히는 것으로 경단, 대추단자, 잡과편, 오메기떡, 닭알떡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만드는 떡이 우리 주변에 있었는지를 새삼 실감할 수 있게 하는 전시물이 아닐 수 없다.

감칠맛뿐 아니라 눈으로 즐기는 떡의 매력
이처럼 만드는 법에 따라 나뉘는 떡의 종류가 있는가 하면, 흥미롭게도 지방별 떡의 특징과 종류를 분류해 놓은 것도 눈에 띈다. 예컨대 떡이 큼직하고 소박스러운 평안도, 떡 재료로 조를 많이 사용해온 황해도, 종류가 많고 모양도 멋을 부려 화려한 서울, 경기 지역의 떡 등 각 지역의 개략적인 특성과 함께 다채로운 모양의 떡 모형들을 접할 수 있다.

이밖에도 떡의 조리과정에 필요한 조리기구들, 즉 떡메, 떡목판, 떡가위, 맷돌, 시루, 절구, 체 등 떡 만드는데 필요한 각종 준비도구와 조리도구, 담는 기구 등을 만날 수 있다. 단순히 먹는 것뿐 아니라 보는 즐거움까지 추구했던 조상들의 지혜를 떡살, 다식판, 약과 틀 같은 소박한 도구에서 느낄 수 있고, 떡과 함께 어울리는 전통 차와 민속주 등을 접할 수 있어 단순히 떡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전통 음식문화의 여러 단면을 접할 수 있는 것이 떡박물관의 장점이다.

생활문화 체험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만큼, 박물관을 찾은 이들이 해볼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도 다양한 편이다. 20인 이상 단체 예약 관람 시에는 1,000원만 추가로 내면 오색떡 꼬지를 맛볼 수 있고, 단체 관람객을 위한 떡 만들기 체험학습도 마련되어 있다. 또한 오는 11월까지 서울 지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전통음식 만들기, 팔도김치 만들기를 실제로 경험해 보는 ‘어린이 전통 식문화 체험학습’도 실시한다.

두 박물관을 관람한 후 시간 여유가 있다면 박물관 1층에 있는 떡 카페 질시루에도 들러보자. 떡으로 만든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다양하고 아름다운 모양의 갖가지 떡, 떡 샌드위치와 같은 퓨전떡, 너무 달지 않고 배가 든든한 떡 케이크 등이 입맛 까다로운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 관람시간-오전 10시~오후 5시(일ㆍ공휴일 정오 개관, 설날ㆍ추석 휴관)
* 관람요금 성인 3,000원, 초중고생 2,000원.
* 문의전화 02-741-5411.

고경원 객원기자  주간한국   2005-06-30 15: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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