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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사 | 칼럼/박물관 기행

안동 하회동 탈 박물관

by 야옹서가 2005. 11. 13.
 

[주간한국/ 2005.10.18] 하회탈의 본고장으로 널리 알려진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로 향하는 2차선 도로를 따라 진입하다 보면, 길 오른편에 한옥을 닮은 2층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마치 마을 지킴이처럼 우뚝 서 있는 이곳은 ‘하회동 탈 박물관’(www.maskmuseum.com)이다. 해학과 풍자를 담은 한국인의 표정을 형상화한 한국 탈을 비롯해, 세계의 탈 600여 점을 망라한 하회동 탈 박물관을 찾아가 본다.

1981년부터 안동 하회마을에 정착해 탈 공방을 운영해온 김동표(54) 관장은 1995년 탈 박물관을 설립한 후에도 탈 만드는 도구를 손에서 놓지 않은 천상 장인이다. 1999년 봄,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하회마을을 방문했을 때 안동을 대표하는 선물로 하회탈을 제작해 선물하기도 했다. 단순한 수집가로 그치는 것이 아닌, 탈 창작자이면서 탈놀음 전수자이기도 한 김 관장의 탈 사랑은 각별하다.

“탈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얼굴에 쓰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지요. 수레에 싣고 장례 행렬의 선두에 세우면서 잡귀를 쫓았던 방상시 탈도 있고, 외국의 경우 머리 위에 모자처럼 쓰거나, 건물 박공에 장식해 액을 막고 수호신처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탈 문화를 보여주고 싶어 자신이 운영하던 탈 공방 한 구석에 조그만 전시 공간을 마련한 것이 박물관의 시작이었다. 하회마을을 찾아온 관광객들이 하회탈만 찾는 것을 보고, 하회탈 외에 봉산탈춤, 강령탈춤 탈도 만들어 전시했고, 내친 김에 세계의 탈까지 모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정식으로 사립박물관 등록을 한 것은 1996년 4월이지만, 실제로 박물관 문을 연 것은 1995년 8월이니 벌써 박물관이 생긴 지 만 10년을 넘긴 셈이다.

한국과 세계 탈을 한 자리에
하회동 탈 박물관은 크게 한국관, 세계관, 아프리카관 등 3개의 전시 구역으로 나뉜다. 박물관 1층에 마련된 한국관에는 오광대 탈(고성오광대, 가산오광대, 통영오광대), 야류계 탈(수영야류, 동래야류), 산대놀이 탈(양주별산대, 송파산대놀이), 서낭신제 탈(하회별신굿, 영해별신굿), 북청사자놀이탈 등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탈춤 13종과 지방문화재 지정 탈춤 2종에 등장하는 탈을 접할 수 있다. 탈춤용 탈에 의식용 탈까지 더하면 그 수가 총 200여 점에 달한다.

 

한국 탈 중에서도 김 관장이 가장 아끼는 것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옛 산대놀이 탈과 삼베로 만든 탈이다. 특히 삼베 탈은 한국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어서 더욱 특별하다고. 하회탈이 1964년 국보로 지정되면서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는 바람에, 탈 박물관에서는 원본 하회탈의 허허로운 웃음을 볼 수 없지만, 대신 하회별신굿 장면이 실물 크기로 재연되어 아쉬움을 달래준다.

한편 제2전시실의 세계관에는 아프리카를 제외한 프랑스, 뉴질랜드, 네팔, 태국, 인도네시아, 중국, 일본, 스리랑카 등지의 가면을 전시했다. 가면뿐만 아니라, 탈을 쓰고 춤추는 마네킹도 함께 전시해 세계의 민속춤 공연장에 선 듯 생생하다. 특히 선한 힘을 상징하는 금빛 사자탈 바롱과, 악한 힘을 상징하는 랑다의 대결 장면을 재연한 인도네시아 발리의 바롱 댄스는 초입부터 관람객을 압도한다.

이밖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을 치료할 때 스리랑카 주술사가 썼던 마하코라 가면, 죽은 사람을 격식 갖춰 매장할 때 얼굴에 씌웠던 몽골의 매장용 가면, 색깔로 신분을 구분했던 태국의 콘 가면, 모딜리아니의 그림처럼 길쭉한 얼굴에 동물 문양을 새겨 넣은 말레이시아의 기복 가면, 프랑스의 화려한 카니발 가면, 가면을 기울이는 각도에 따라 무표정한 얼굴에서 다채로운 감정이 표현되는 일본의 노 가면 등을 보고 있으면 세계 문화기행이 따로 없다.

마지막으로 제3전시실인 아프리카관에서는 콩고, 자이르를 중심으로 나이지리아, 레소토, 탄자니아, 케냐, 가나 등의 탈을 전시했다. 아프리카 민속유물은 그 자체의 조형미뿐 아니라 피카소를 비롯한 20세기 현대미술의 성립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 만큼, 그 의미를 고려해 세계관 안에 뭉뚱그리기보다 분리 전시하는 방식을 취했다. 아프리카 관에서는 가면뿐만 아니라 각종 민속 조각, 악기, 생활용품도 함께 전시되어 인상 깊다.

가면은 인간의 모습을 빌어 현현한 신의 얼굴
세계 각국을 다니며 탈을 수집하는 동안 김동표 관장은 파란만장한 에피소드도 많이 경험했다. 올 여름에는 아시아 지역의 탈문화 유물 수집 차 네팔과 인도를 여행하면서 봉변을 당할 뻔하기도 했다. 인도에서 저녁 나절 김 관장을 태운 택시기사가 원래 목적지인 호텔이 아닌, 변두리 민박집에 내려놓고 묵으라고 강요했던 것. 다행히 무사히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까딱 잘못했다간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9월에는 그렇듯 고생스레 모은 아시아 가면을 모은 특별기획전 ‘신들의 얼굴, 아시아의 가면예술’전을 성공리에 치러냈다. 빠듯한 재정 때문에 요원했던 특별전 도록도 문화관광부의 복권기금 지원을 받아 제작했다.

김 관장은 “환경이 열악한 곳일수록 신의 효험을 대신하는 탈이 자생적으로 발생한다”며, 이런 가면들은 “종교에서 신이 맡는 역할을 대신하는, 사람의 얼굴 형상을 한 신의 얼굴”이라고 가면예술의 의의를 설명했다.

열악한 사립박물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굳건하게 전문 박물관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김 관장의 꿈은, 탈 박물관을 중심으로 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탈 관련 교육기관을 안동에 세우는 일이다. 아직까지는 요원한 꿈처럼 보이지만, 공방 한 구석의 탈 전시실에서부터 시작해 옹골찬 박물관으로 일궈낸 그이기에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 관람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6시, 설날ㆍ추석 휴관
* 관람요금 일반 1,500원, 청소년 1,000원
* 문의전화 054-853-2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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