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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사 | 칼럼/박물관 기행

국립민속박물관

by 야옹서가 2005. 11. 13.

[한민족의 큰 명절인 추석이 성큼 앞으로 다가왔다. 각지로 뿔뿔이 흩어졌던 일가친척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여 정을 나누고 얼굴을 익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명절 때 용돈 받아 무엇을 살까 궁리하느라 바쁠 뿐, 정작 추석의 의미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만만찮은 비용 부담이나 밀린 회사 일 때문에 귀향을 포기한 가족이라면, 추석다운 분위기 한번 느껴보지 못하고 흐지부지 연휴를 보내기도 한다. 이런 때 아이들 손 꼭 붙잡고 가면 좋은 곳이 국립민속박물관(www.nfm.go.kr) 이다.

한국 전통건축양식 조합한 건물
경복궁 내에 위치한 국립민속박물관은 1946년 개관한 국립민족박물관을 효시로 삼아, 구 국립중앙박물관 청사로 사용되어온 현재 건물로 1993년 이전 개관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외양도 한국 전통 건축양식의 정수를 담은 건물들을 본떴다.

전면 중앙은 불국사의 청운교·백운교 형태로 단장했고, 건물 전체의 벽면과 난간 구성은 삼국시대의 목조가구식 기단 위에 경복궁 근정전의 장중한 석조난간 모형으로 꾸몄다. 전면 가운데 5층탑 건물은 법주사 팔상전, 동편 3층 건물은 금산사 미륵전, 왼편의 2층 건물은 화엄사 각황전을 본떠 현대에 되살려냈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리모델링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산뜻한 미색의 내부 공간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3개의 상설 전시관에는 한민족생활사, 생업, 공예, 의식주, 한국인의 일생을 각각 다뤄 전통 민속 생활 문화를 두루 접할 수 있게 했다.

먼저 제1전시관인 한민족생활사관에서는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 자리 잡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생활의 발전을 복원해 입체적으로 전시했다. 특히 한국인의 얼굴, 고대 한국의 소리, 한국문화의 형성 및 언어, 인종분포도 등을 비교 전시한 도입부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밖에도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개발한 고려 시대의 인쇄 기술을 비롯해 고려청자의 아름다움, 한글 창제의 과학 등을 통해 우리 조상들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생업, 공예, 의식주를 다룬 제2전시관에서는 농사일, 고기잡이, 수렵, 채집 등을 소개했다. 도입부의 백제 공예공방의 일과를 재연한 마네킨은 실제 살아있는 것처럼 작동해 눈길을 끈다. 특히 농경 중심 사회였던 한국에서 1년 주기로 순환되는 농사일에 따라 이뤄져 온 세시 풍속을 소개함으로써, 농자천하지대본이란 말이 어떤 이유로 나왔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국 음식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김치의 제작 과정과 다양한 종류를 실감나는 모형으로 전시해, 절로 입에 신 침이 돌기도 한다.

한국인의 일생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제3전시관에서는 한 개인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일생동안 거치는 사회화 단계를 관혼상제중심으로 보여주면서, 동시에 탈춤, 꼭두극 등의 전통 놀이문화, 굿, 서낭당 같은 민간 신앙 관련 사료들을 알기 쉽게 전시했다.

어린이박물관, 외부 전시유물도
한편 부속시설로 어린이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2003년 2월 개관한 어린이박물관은 체험교육공간과 전시공간으로 나뉘어 전통 의식주 생활문화를 전한다. 쾌적한 관람을 위해 관람자 수를 제한하므로, 사전 관람예약은 필수다. 어린이박물관 옆에는 굴렁쇠, 줄넘기, 대형 장기판, 투호, 팽이 등 민속 놀이도구도 마련되어 있어, 어른과 아이가 어울려 놀 수 있다.
또한 1년에 3~4차례 기획전을 열어 소장 유물을 순환 전시하는 기획전시실에서는 10월 10일까지  ‘빛-전통과 근대’ 기획전을 개최한다. 이밖에 월~금요일까지 이용할 수 있는 민속자료실은 민속학 관련 도서 4만 5,000권, 시청각자료 2,600점을 소장해, 민속 문화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에게 유용하다.(주말 및 공휴일 휴실)

내부 전시물을 다 둘러봤다고 박물관 전시가 끝난 것은 아니다. 박물관까지 걸어 들어오는 동안 길 양편에 자리 잡고 서 있던 개항기 상점, 장승동산, 문무인석, 돌하르방 등이 모두 소중한 민속 유물이다. 도심에서만 자라난 아이들에겐 어린이박물관 옆의 사계절 텃밭도, 원두막이나 디딜방아도 신기한 체험이 될 것이다. 여건상 고향 가는 길을 떠날 수 없는 가족이라면, 아쉬우나마 추석연휴 기간에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아 전통 명절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동절기 5시까지). 매주 화요일, 1월 1일 휴관
관람요금 일반 3,000원, 청소년 1,500원, 6세 이하~65세 이상 무료
비고사항 매월 첫째 주 일요일 무료관람
문의전화 02-3704-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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