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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알루미늄판으로 쌓은 2만 피스 퍼즐-김주현의 '쌓기'전

by 야옹서가 2001. 6. 21.

June 21. 2001
| 대안공간 ‘사루비아다방’의 2001년 전시후원작가로 선정된 설치미술가 김주현(37)의 다섯 번째 개인전이 6월 8일부터 열린다. ‘쌓기’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얇은 알루미늄 판을 촘촘히 쌓아올려 만든 실험적인 조각 2점과 제작과정이 담긴 사진 등이 전시된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바닥에 놓인 금속 입방체 1점과 벽에 걸린 금속 부조 1점이 전부다. 김주현의 금속 조각은 외관상 고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든 분리되고 재조립될 수 있다. 예컨대 김주현은 1천6백 여장의 얇은 알루미늄 판을 잘라 2만여 개로 조각낸 뒤, 그것을 다시 조립해 높이 60cm의 입방체를 만들었다. 이 입방체의 단면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는 점에서 1960년대 미니멀리즘 조각을 연상시킨다.

금속 조각에 차곡차곡 새겨진 시간의 궤적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표면의 결이 보인다. 입방체의 단면에서 관찰되는 금속의 결은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내부 구조를 암시한다. 이 결은 김주현의 작품을 미니멀리즘에서 벗어난 또 다른 차원으로 이끈다.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단일한 형태가 미니멀리즘 조각의 기본 요소인 반면, 김주현의 작품은 언제든 분리가 가능한 알루미늄 박편들의 집합이기 때문이다.

김주현은 이 같은 가변적 관계가 작품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나는 용접이야말로 금속을 결합시키는 가장 무자비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재료의 의향을 묻지도 않고 붙이라는 힘으로 몸을 녹여서 붙이는 것. 용접을 배울 때부터 이것은 너무 독단적이고 폭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용접된 상태의 그 옴짝달싹할 수 없음이란….”(작업노트, 1997.6)

이처럼 김주현의 조각은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독특하다. 이는 그의 조각이 가볍고 약한 알루미늄을 한 장씩 쌓아올려 견고한 덩어리로 만들면서 물성의 변화를 실험하기 때문이다. 김주현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서서히 쌓은 금속층의 단면을 상징적인 드로잉으로 보고, 이 금속의 결을 부각시키려 했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알루미늄 판으로 쌓은 2만 피스 짜리 퍼즐’이다. 퍼즐의 진가는 다 된 작품을 액자에 넣어 감상하는 게 아니라 조각을 하나씩 맞춰나가는 과정에 있으니, 그녀가 용접 대신 ‘쌓기’를 선택한 것도, 제작 과정을 60단계로 찍은 사진과 작품을 함께 배치한 것도 이해가 된다.

이번 전시는 7월 6일까지 계속되며 6월 22일 오후 4시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된다. 문의전화 02-733-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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