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24. 2001 | 마임축제, 인형극제 등 독특한 문화축제를 개발해 공연문화도시로 주목받고 있는 춘천에서 8월 9일부터 15일까지 ‘춘천인형극제2001’이 열렸다. 1989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13회 째를 맞는 춘천인형극제에는 국내 43개 전문 극단과 24개 아마추어 극단, 해외 4개국 7개 극단이 참여해 다양한 인형극을 선보였다.
특히 올해부터는 독립된 인형극장이 건립돼 안정적인 공연장소를 확보하게 됐다. 지난 5월 개관한 춘천인형극장 ‘물의 나라 꿈의 나라’는 인형극장으로는 최대규모인 4백97석의 대극장, 지하소극장인 코코극장과 바우극장, 야외 공연장을 갖춰 춘천인형극제의 구심점이 됐다. 강원도립화목원 근처에 인형극장이 세워지면서 춘천인형극제2001 기간동안 인근에 있는 화목원과 여행의 집을 활용할 수 있게 된 점도 장점이다.
8월 9일 오후 5시 춘천 팔호광장을 출발, 육림고개, 명동거리, 춘천시청을 경유해 춘천인형극장까지 이어진 시가 퍼레이드가 축제 분위기를 돋우는 가운데 춘천인형극제2001의 막이 올랐다. 인형극제에 참가한 극단들의 이색적인 가장행렬과 대형인형의 행진, 바디페인팅을 하고 거리를 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춘천 시내를 가득 메웠다. 오후 9시에 선보인 개막 공연작 ‘봄내와 코코바우’는 봄내가 친구 코코바우와 함께 호수에 나타난 괴물을 물리치는 내용을 2m 크기의 인형 40여 개가 등장하는 환상적인 인형극으로 표현해 장관을 이뤘다. ‘봄내와 코코바우’는 인형 제작 기간만 한 달이 넘고 인형 조종사의 수가 1백여 명에 이르는 대작으로, 국내 인형극의 1세대인 춘천인형극장 예술감독 강승균씨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형들은 제1회 창작인형극 캐릭터 디자인 공모전 수상작품인데, 공모전 수상작 캐릭터를 실제 인형극에 사용하는 사례는 국내 최초다.
해외 인형극과 거리공연, 참여프로그램 인기 끌어
국내외 참가 작품 중에서는 평소 접하기 힘든 해외 인형극을 1편 당 5천원의 관람료로 볼 수 있는 해외 공식 초청극단의 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입장권이 금새 매진됐다. 인형극이라고 하면 아동을 대상으로 해 어른들이 보기에는 다소 유치한 내용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즐겁고 유쾌한 아동인형극 외에 진지한 삶의 성찰을 담은 작품도 많아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여러 관람계층을 고려했음이 눈에 띄었다.
예컨대 러시아에서 참가한 작은사람들 인형극단의 ‘빠뚜단’은 안드레이 플라토노브의 단편소설 〈빠뚜단 강〉에 바탕해, 사랑에 빠진 니키타와 류바가 상처받다가 결국 그 사랑의 힘으로 서로의 고통을 감싸는 과정을 보여준다. 역시 러시아 인형극단인 명(明)의 참가작 ‘페츄니아를 짓밟은 거인’은 등장인물 이름부터 인간의 특정한 유형을 대표한다. 주인공 도로시 심플양은 ‘simple’, 곧 단순한 사고를 지닌 인물로 일상의 틀에 갖힌 인물이고, 덜 부인은 ‘dull’, 곧 멍청한 여인으로 과거의 인습에 묶인 기성 세대를 뜻한다. 이 때 거인이 등장해 심플양에게 삶이란 얼마나 희귀하고도 값진 것인가 일깨우며 적극적으로 살아가도록 이끈다는 내용으로 삶의 우의를 담았다.
또한 프랑스 톨리 브라이언 마리오네뜨 극단의 ‘흔들리는 복제인간’은 바퀴를 돌려 연주하는 교현금의 전통적인 음색에 맞춰 연기하고 춤추는 자신의 복제인형과 함께 거리에서 무료로 공연하며 인기를 모았다. 야외공연장과 강원도립화목원, 명동 거리를 순회하는 그의 공연은 관람객과 공연자가 무대와 관람석의 구분 없이 하나로 어우러졌다.
춘천인형극장 주변의 야외공연장과 축제마당에서 열린 무료공연과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눈길을 끌었다. 화목원 분수광장 주변으로 복사골 인형극단의 신영순씨가 진행하는 쓰레기 인형 교실, 종이문화원 김희숙씨에게 배우는 종이접기, 마임이스트 홍창종씨와 함께 하는 요술풍선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가족단위로 춘천인형극제에 온 관람객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특히 ‘엄마, 쓰레기가 인형이 되었어요’란 부제의 쓰레기 인형교실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생활쓰레기를 재활용해 인형을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5분 정도면 누구든지 예쁜 인형을 만들 수 있다.
미숙한 행사 진행은 개선돼야
한편 춘천인형극제는 1995년 문화부 지정 우수지역축제로 선정돼 성공적인 지역축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행사 진행 면에서 몇 가지 문제점도 눈에 띄었다. 우천시 야외무대의 공연 취소, 부족한 식당, 자주 변경되는 공연 장소, 춘천역에서 인형극장까지의 불편한 교통편 등은 인형극제에 다녀온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문제점이다.
춘천인형극제2001 공식 홈페이지인 코코바우닷컴(www.cocobau.com) 자유게시판에 들어가면 축제 진행과 관련한 불만의 소리가 드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인형극은 3천원, 해외 인형극은 5천원이란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춘천인형극제2001만의 독특한 매력이지만, 단순히 여름방학 특수를 탄 지역축제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적인 인형극 축제로 발돋움하려면 이와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구체적인 개선책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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