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08. 2003 | 춘천 남이섬 내 안데르센홀에서는 국제아동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 주최로 10월 20일까지 ‘고미타로 그림책 원더랜드 원화전’을 개최한다. 산업디자이너로 일하다 그림책 작가로 전향한 고미 타로(五味太郞, 58)는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라이프치히 도서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상, 볼로냐 어린이국제도서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으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입증해온 작가다. 본 전시는 《헬리콥터의 여행》《누구나 눈다》《밤의 정류장》등 그림책 원화와 포스터, 만화, 콜라주, 도자기 그림 등 180여 점을 선보여 고미 타로 작품세계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닮은꼴 그림들과 흥겨운 숨바꼭질
아기자기한 풍경, 단순하고 귀여운 캐릭터, 밝고 명쾌한 색으로 채색된 고미 타로의 그림은 언뜻 보기에 평범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고미 타로 그림의 진정한 매력은 그림과 한 몸인 듯 어울리는 기발한 이야기의 구성력에 있다. 특히 닮은꼴에서 유발되는 착각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은근슬쩍 눙치는 넉살을 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이마를 치며 웃음 짓게 된다. 5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잃지 않은 ‘어린이의 눈’ 역시 그림책 속 주인공들을 사랑스럽게 만드는 힘 중 하나다.
예컨대 《금붕어가 달아나네》에서도 볼 수 있듯 어항에서 달아난 금붕어가 꽃 사이로 숨거나, 커튼무늬를 흉내내고, 사탕그릇에 뛰어드는 모습은 닮은꼴 찾기 놀이기도 하지만, 숨바꼭질을 좋아하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창문으로 넘어온 선물》에서 굴뚝 대신 창문으로 선물을 던져주는 산타할아버지가 벌이는 실수연발 해프닝 속에도, 닮은 그림 때문에 생긴 우스꽝스러운 일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림 속에 넘치는 유머감각도 그의 그림에 힘을 실어준다. 예컨대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란 일러스트레이션에선 깜짝 놀란 엄마 캥거루와 함께, 눈을 말똥말똥 뜬 아기캥거루를 엄마캥거루 쪽으로 내미는 꼬마를 배치시켜 웃음을 자아낸다. 육아주머니를 달고 다니는 캥거루가 아기를 잃어버릴 정도면 얼마나 건망증이 심한 걸까? 하는 상상으로까지 이끄는 것이다.
다양한 장르로 접하는 고미 타로의 세계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그림책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고미 타로의 작품세계를 다양한 장르로 접할 수 있어 흥미롭다. 빨래집게, 포크와 숟가락, 옷걸이, 연필 등 일상적인 사물을 자유롭게 붙여 장난꾸러기 꼬마들의 모습을 연출한 콜라주 연작은 엄마 손을 붙잡고 온 아이들에게도 인기였다. 이밖에도‘카레라이스 만드는 법’같은 만화가 전시되는가 하면, 부대행사로 전시장 내 영상실에서 고미 타로의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도 볼 수 있다. 좋은 그림책은 글 없이 그림만 보고서도 줄거리를 파악할 수 있는데, 고미 타로의 애니메이션 역시 일본어를 몰라도 눈으로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어떤 내용인지 한 눈에 이해할 수 있어 자막 없이 감상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본 전시의 관람료는 3천원(어른, 어린이 공통)이며, 남이섬 입장료(어른 5천원, 어린이 2천5백 원)는 별도다. 개관시간은 오전 9시 반∼오후 7시까지이며 휴관일은 없다. 참고로 가평역·버스터미널에서 남이섬 선착장까지는 그리 멀지 않지만, 시내버스가 1시간 간격으로 1대씩만 다니므로 미리 운행시간을 확인하고 가야 낭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문의전화 031-582-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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