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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일본

고양이를 안은 소녀

by 야옹서가 2008. 10. 3.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때 나는 길에서 동물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강아지든 고양이든, 보드라운 털을 만져보고 싶어서 어쩔 줄 몰랐고, 만질 수 없다면 한참 쳐다보기라도 해야 했다. 덩치 큰 진도개를 겁도 없이 만졌다가 물려서 원피스가 찢어진 적도 있었다. 다행히 옷만 물려서 다치지는 않았지만...  

어린 길고양이를 보고 '그냥 구경만 할까, 한번 안아볼까' 마음속으로 고민하는 듯한 여자아이를 보면서, 나도 어린 시절에 저랬을까 싶어 웃음이 났다. 아이는 한동안 망설이더니 고양이를 덥석 안아들었다. 지금껏 누군가를 안아주기보다, 누군가의 품에 안기는 일에 더 익숙했을 어린 아이이니, 고양이를 안는 폼은 영 서투르다. 가뜩이나 고양이 엉덩이가 아래로 쑥 빠질 것 같은데다가, 아깽이가 바둥거리며 뛰어내릴 틈을 노리는 바람에 오래 안고 있진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아이의 얼굴에는 의기양양한 미소가 감돈다. '해냈다'는 마음일까.

아이가 눈을 감고 고양이를 소중히 감싸안는다. 그 속에 엄마 마음이 있다. 자기보다 작고 여린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생명에 경외로움을 느끼는 마음이 있다면, 그는 엄마다. 나이가 어리거나 많거나, 남자거나 여자거나에 관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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