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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형의 그림자 고양이가 막 사라지려는 자리에 남은 그림자를 바라본다. 금방이라도 물 속으로 뛰어들 것만 같은 날렵한 유선형. 저 그림자만 보면, 고양이가 세상에서 물을 가장 싫어하는 족속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고양이는 수영하는 능력을 포기한 대신, 아무 곳이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유연함을 달라고 주장한 게 틀림없다. 2006. 4. 23.
꼬리 그루밍 이태원의 길고양이. 바닥에 누워서 잠깐 뒹굴뒹굴하더니, 몸을 동그랗게 말아 꼬리를 핥는다. 낼름낼름 핥는 모습이 꼭 사탕이라도 먹는 것 같다. 2006. 4. 22.
이태원 고양이 이태원의 한 음식점 근처에 사는 길고양이.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 목장갑 낀 손으로 목덜미를 쓰다듬어도 가만히 있다. 아저씨의 그늘이 가장 편하고 안전한 곳이기라도 한 것처럼 바닥에 몸을 붙였다. 귀와 꼬리의 변화를 보고 있으면, 고양이의 감정 표현이 얼마나 미세한 차이로 표현될 수 있는지 느낀다. 귀는 마징가 귀. 몸 한쪽으로 붙였던 꼬리는 살짝 들어 흔들흔들. 길고양이에게는 포즈를 취해달라고 부탁할 수 없다. "이제 노는 모습을 보여줘, 이렇게 걷는 건 어때?"하고 말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길고양이를 찍을 때는, 기껏해야 경계를 풀도록 천하장사 소세지를 던져주거나, 아니면 무심한 것처럼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다가 조금씩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가가기 어려워서 더 그럴까, 길고양이가 선심 쓰.. 2006. 4. 22.
붉은 빛 빨간색 필터를 쓴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스트로보를 터뜨리는 순간 바로 앞에 있던 플라스틱 의자 색깔이 반사되면서 이렇게 됐다. 오토 레벨을 한 번 하고 나니, 윗부분은 다시 푸른 기운이 돈다. 고양이가 숨어있는 세계와, 고양이가 바라보는 바깥 세계가 두 색깔로 분리된 것 같은 묘한 사진이다. 옆에서 불이 번쩍이거나 말거나, 고양이는 조각상처럼 꼼짝 않고 앉아 있다. 저 무심함이 때론 부럽다. 2006. 4. 15.
종로매점 플라스틱 의자 밑, 은신처 어제도 여전히 같은 자세로 의자 밑에 앉아 있던 안국고양이. 앞발을 얌전히 모으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 살짝 끄트머리만 보이는 발끝의 느낌이 좋다. 시도해보지는 못했지만, 손가락으로 콕 눌러보고 싶어진다. 2006. 4. 15.
봄고양이 고양이 수염도 바람에 한들한들. 파스텔고양이가 된 밀레니엄고냥. 2006.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