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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가 스밀라 3단 책꽂이는 확실히 6단 책꽂이보다 공간 효율 면에서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단 책꽂이를 아래위로 쌓지 않고, 나란히 놓기를 잘했다고 느낄 때가 있다. 스밀라가 책꽂이를 캣타워 대용으로 유용하게 쓸 때다. 3단 책꽂이 정도의 높이라면 도움닫기 없이도 훌쩍 뛰어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스밀라가 방바닥에서 용수철처럼 가볍게 뛰어올라, 헌책으로 만든 계단을 발로 한번 찍고, 7단 서랍장을 거쳐, 마지막으로 6단 책꽂이 맨 꼭대기에 쌓아둔 잡동사니의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불과 2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렇게 휙휙 뛰어오를 때 스밀라의 모습은 2.9kg짜리 고양이라기보다는, 29g짜리 깃털 공 같다. 슈바이처 박사가 이렇게 말했다던가. "비참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은 고양이와 음악"이라고... 2006. 8. 24.
스밀라의 배꼽시계 1. 배꼽시계란 말이 있다. 굳이 시계를 안 봐도, 허기진 배가 알아서 시간을 알려준다는 '생체 시계'. 스밀라에게는 이 배꼽시계에 알람 기능까지 있다. 내가 아무리 늦게까지 일을 하다 잠들어도 스밀라의 알람 시계는 사정을 봐 주지 않고 울린다. 꿈인지 생시인지, 저 멀리서 들려오는 '앵~'하는 소리에 눈을 뜨면, 스밀라가 앞발을 모으고 정좌한 채 울고 있다. 인간아, 어서 밥을 내놓아라, 하고. 저녁에 밥을 많이 주고 자면 되지 않느냐, 하고 물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데 사료를 많이 부어 놓으면 잘 안 먹는다. 게다가 꼭 끝까지 먹지 않고 얼마 정도 남긴다. 유진과 함께 사는 업둥냥이 고래가 그런다고 해서 '고녀석, 생긴 것보다 입이 짧네' 하고 생각했는데 스밀라도 그런다. 예전에 에서, 스노.. 2006. 8. 19.
낮에 볼 수 있는 두 가지 자세 스밀라가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가구는 7단 서랍장. 낮에는 대개 이런 모습으로 누워있다. 처음 왔을 때 스밀라가 애용했던 테이블 동굴은 없어졌기 때문에, 소일할 수 있는 곳은 7단 서랍장 아니면 낮잠자는 바닥 뿐이라서. 1. 방 안을 구경할 때-앞발을 늘어뜨리고 목을 쭉 빼서 방 안을 바라본다. 가끔 앞발에 턱을 고이기도 한다. 2. 창 밖을 바라볼 때-1번 자세에서 몸통만 약간 틀어서 내려다본다. 고양이에게는 바깥 세상이 어찌 보일까? 2006. 8. 18.
고양이 털로 펠트공예품을 만들자 스밀라의 등과 옆구리를 빗어 주니 하얀 털이 한 뭉텅이 뽑혀 나온다. 손가락으로 뭉쳐서 돌돌 말다가, 빠진 털을 모아서 펠트공예 소품을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어찌어찌 하다보니 하트 모양 비스무리하게 나와서, 대충 손으로 모양을 만져서 완성했다. 배경은 키보드 손목 받침대. 펠트공예 원자재 생산자, 스밀라. 하는 짓은 아기인데, 생활 패턴은 밤잠 없는 노인이고나=_=; 새벽에 어슬렁거리며 앵앵 우는데, 가뜩이나 밤이라 조용한데 아버지가 듣고 뭐라 할까 싶어 조마조마했다. 2006. 8. 13.
북엔드가 된 스밀라 신간 리뷰용으로 들어온 책 중에서 잘 보지 않는 것들을 베란다 방 책꽂이에 모아두었는데,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저렇게 앉아 있다. 다른 곳에 방석이랑 담요를 깔아줬는데도, 거기엔 앉지 않고 꼭 비좁은 곳으로만 기어 들어간다. 살아있는 북엔드가 된 스밀라^^ 2006. 8. 9.
야경을 보는 스밀라 3단 책꽂이 위에 소형 캐비닛을 올려뒀더니, 전망대로 쓰는 스밀라다. 스밀라에게 초점을 맞추면 불빛이 동그랗게 뭉치고, 바깥 경치에 초점을 맞추면 십자가 모양이 된다. "응?" 하는 것 같은 표정이다옹. 잿더미 위에서 한번 구른 눈고양이, 신데렐라 고양이. 2006.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