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당동당, 스밀라의 북소리 스밀라는 주로 밤에 노는데, 조용한 밤에는 울음소리도 더 크게 들린다. 거실로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려면 베란다 방과 내 방 사이의 유리문을 닫아야 한다. 스밀라는 나를 볼 수 있지만, 밖으로 나올 수는 없다. 한데 스밀라는 그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유리문 앞에 앉아서 냥-냥- 하염없이 울다가, 나중에는 두 발로 일어서서 앞발로 유리문을 번갈아가며 동당동당 때린다. 스밀라의 도톰한 앞발이 북채 역할을 하는 동안, 유리문도 열심히 둥둥 소리를 낸다. 나를 힐끔 보더니 집요하게 유리문을 두들긴다. 내가 나와서 놀아줄 때까지. 이걸로 "앞발로 유리문을 친다→ 둥둥 소리가 난다→ 엎어져 있던 인간이 부시시 일어난다→ 간식을 주거나 놀아준다"의 과정이 스밀라에게 학습된 듯하다. 2006. 10. 29. 원칙과 책임 새벽이면 스밀라는 몽유병자처럼 방을 어슬렁거린다. 공기가 싸늘해지면서, 베란다 방의 라탄 둥지보다 내가 있는 쪽으로 건너오는 일이 잦아졌다. 작은 털뭉치 같은 몸이 방 안의 소소한 물건들에 부딪칠 때 나는 소리는 작지만, 이상하게도 그 기척에 귀가 쫑긋해지면서 잠을 깨고 만다. 나도 고양이 귀를 닮아가는 건가. 가끔 내가 잠든 이불 위를 토실토실한 발로 즈려밟고 지나가기도 한다. 한 발 한 발 무게를 실어 도장 찍듯이 꾹, 꾹, 꾹, 꾹. 오늘 새벽에는 바로 옆에 와서 냄새를 맡고 있기에, 잠결에 등을 쓰다듬어주니 앞발로 번갈아가며 꾹꾹이를 했다. 꾹꾹, 꾹꾹. 밀라의 토실토실한 앞발. 요즘 살이 붙어서 그런지, 저 발이 이불 위를 밟고 지나가면 꽤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렇게 이불 위를 밟고 지나가면 잠.. 2006. 10. 15. 둥글고 투명하고 반짝이는 것 고양이가 눈을 들어 허공을 바라본다-이렇게 단순한 행동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홀릴 수 있다니. 2006. 10. 11. 하얀 식빵 스밀라가 잘 보여주지 않는 식빵 자세. 평소에는 털방석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거나, 다리를 쭉 뻗고 널브러져 있기 일쑤다. 고양이가 네 다리를 몸 아래로 접어 넣은 걸 보면, 왠지 다리가 저릴 것만 같다. 아이들이 종종 당하는 체벌 중에 '무릎 꿇기'가 있지 않나. 사람은 두 다리만 꿇으면 되지만 고양이는 다리가 네 개니까, 다리 저림도 두 배일 것 같은데... 고양이가 식빵 자세를 하고 있다가 "어, 다리 저려=( -ㅅ-)=" 하면서 일어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어쨌거나 보는 사람은 불편해도, 고양이는 식빵 자세를 별로 불편해하는 것 같지 않다. 그래도 스밀라는 쿠션 위에서만 식빵을 굽는다. 표정이 좀 심통난 것 같기도 하고^^; 2006. 10. 8. 가방 놀이 베란다 방에 놓아둔 큰 가방 속으로 스밀라가 쏙 들어갔다. 한동안 탐색하는가 싶더니 가방 바닥을 벅벅 긁는 소리가 난다. 얼른 꺼낼까 하다가, 변변한 장난감도 없는데 저렇게라도 놀아야지 싶어서 그냥 뒀다. 그랬더니 2시간 넘게 저 안에서 놀고 있다. 너무 좋아하는거 아닌가( 'ㅅ')? 2006. 10. 4. 목을 빼고 바라본다 스밀라가 방충망에 매달리다가 추락할까 싶어서 대개 창문을 닫아둔다. 그래도 환기는 시켜야 하니까 가끔 열긴 하는데, 창문 여는 소리가 나면 휙 뛰어올라서 최대한 방충망 쪽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다시 닫을 때까지 저렇게 망부석처럼 앉아 있다. 가끔은 창문을 닫으려고 하면, 못 닫게 하려는 것처럼 기를 쓰고 머리를 디밀어서 당혹스럽다. 평소에는 고집스런 면을 못 느끼겠는데, 자기 주장을 할 일이 있으면 꼭 하고야 만다. 그래봤자 몸이 작으니까, 두 팔로 번쩍 안아서 옮겨버리면 꼼짝 못하지만. 내가 고양이였다면, 매번 목적 달성을 제대로 못하고 끌려내려오는 상황이 내심 억울할 것 같긴 하다. 지금 스밀라가 앉은 자리는 예전에 소형 캐비닛을 놓았던 자리다. 한동안 스밀라의 전망대로 썼던 물건이지만, 책꽂이 꼭대.. 2006. 9. 25. 이전 1 ··· 48 49 50 51 52 53 54 ··· 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