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기도 스밀라는 문지방 앞에 몸을 길게 누이고, 가끔 꼬리를 땅바닥에 탁탁 치며 음악을 듣는다. 정말로 음악을 듣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지금 이 집에서 뭔가 소리가 나는 곳은 라디오 근처밖에 없는데다가, 꼼짝 않고 앉아 그 근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으니 그렇게 상상할 뿐이다. 문지방은 밟지 않는 거야. 사람으로 따지면 집 주인의 목을 밟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그렇게 생각하다가, ‘아무렴 어떠냐’ 하고 내버려둔다. 스밀라는 문지방 위에 앉고 싶은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문을 닫지 못하게 그 자리를 선점하고 싶은 것이다. 안 같기도 하고, 밖 같기도 한 그곳에. 2007. 5. 17. 도톰 앞발 스밀라 스밀라는 듀오백 의자에 몸을 둥그렇게 말고 누워 있기를 좋아한다. 의자 천 자체가 약간 오돌토돌하니 발톱 긁기에 좋아서 그런 것 같다. 요즘 사진도 자주 못 찍어주고 못 놀아줘서 미안해지는T-T 다행히 내가 집에 없는 동안 어머니가 자주 놀아주신다. 마트에서 고양이 간식도 종종 사 오시고... 2007. 5. 4. 오래간만에 스밀라 스밀라와 눈높이를 맞춰 찍으려면 같은 자세로 배를 땅에 붙이고 납작하게 엎드려야 한다. 일명 물개 자세. 두툼한 스밀라의 엉덩이. 앞에서 찍을 때는 잘 모르겠는데, 뒤에서 찍으면 회색 고양이의 면모가 드러난다. "남의 엉덩이는 왜 찍냐옹." 문을 열어달라고 눈빛으로 말하는 스밀라. 2007. 4. 8. 스밀라의 멍석 드라이클리닝한 옷을 잠시 거실 바닥에 뉘어놓았더니, 어느새 쪼르르 달려가서 눕는 스밀라. 누우라고 깔아놓은 멍석으로 착각하는지-_- 꼬리를 탁탁 치면서 누워있다. "내가 뭘 어쨌다고?"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스밀라. 고양이는 '멍석 깔아주면 하던 일도 못하는' 게 아니라, '하던 일도 멈추고 멍석으로 간다'. 2007. 3. 21. 어머니의 선물 둥지 속에 깔린 꽃담요는 어머니의 선물. 스밀라가 중성화 수술을 받은 뒤에 사주셨다. 스밀라가 집에 눌러 살면서 어머니도 고양이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 싶어서, 서점에서 고양이 책을 찾아 읽어보셨다고 한다. 중성화 수술을 하고 나면 따뜻하게 해줘야 한다기에 산 거라 한다. 원래는 보자기 크기만 한 무릎덮개용 폴라폴리스 담요인데, 두 번 접어 스밀라의 둥지 안에 깔아놓으니 크기가 딱 맞다. 어머니와 스밀라는 부쩍 친해져서, 이제 스밀라가 어머니 이불 위로 올라가 잠들기도 한다. 걸을 때 왼쪽 뒷다리가 조금 불편해보여서 걱정했는데, 오늘 보니 괜찮은 것 같다. 잘 걸어다니고 잘 먹는다. 이제 수술 부위를 핥지 못하도록 붙여놓았던 의료용 테이프도 떼냈고, 꼬투리처럼 삐져나온 실밥 끄트머리도 잘라줬다. 절개 부.. 2007. 3. 11. 중성화 수술 지난 주 토요일 오후 스밀라의 중성화 수술을 했다. 작년 여름 길에서 발견되었을 때 스밀라는 이미 두 살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 함께 살기로 결정하고서도 한동안 중성화 수술을 해주지 못한 건, 스밀라도 암고양이로 태어난 이상 한번쯤은 새끼를 낳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스밀라를 꼭 닮은 새끼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스밀라를 상상해보고도 싶었다. 하지만 태어난 새끼들을 모두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대책없이 새끼를 낳게 하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다. 언젠가 수술을 할 거라면, 한 살이라도 젊어서 회복력이 빠를 때 해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중성화 수술 전에는 10시간 동안 금식을 시킨다. 수술 자체는 20~30분 내외로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먼저 고양이의.. 2007. 3. 6. 이전 1 ··· 33 34 35 36 37 38 39 ··· 4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