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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길 떠나는 고양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을 마감하고 있어서 10월 말까지 블로그 업데이트를 거의 못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도 자주 못 썼지만-_-;) 11월 초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올게요~ 생각해보니 글 없이 사진만 가끔 올릴 수는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2007. 10. 8.
고토쿠지의 묘지기 고양이 복고양이를 모시는 사원, 고토쿠지에 사는 길고양이. 일본에서는 절 안에 공동묘지가 있는 곳을 종종 볼 수 있다. 서양의 교회에도 묘지가 딸려있는 걸 생각해보면 뭐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지만, 한국의 절을 떠올리면 조금 낯설기는 하다. 고양이 눈은 이끼 색이고, 고양이 몸은 비석의 색이니...오래된 무덤을 지키는 묘지기로는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인듯. 이끼가 낀 비석 사이 몸을 숨기고 오도카니 앉아있던 녀석은, 나를 보고는 종종걸음으로 달아나버렸다. 새로 조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매끈한 무덤의 경계석도, 언젠가 왼편의 돌비석들처럼 비바람에 닳고 이끼 끼어 자연스러워질 날 있겠지.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의 날카로운 슬픔도, 저 비석들처럼 그렇게 세월에 무뎌질 날 오겠지. 2007. 9. 23.
길고양이의 생활 사진 종각역으로 가는 길에, 식당 앞에 있던 길고양이. 네 마리가 진을 치고 앉아 음식쓰레기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첫 번째 사진에 없는 젖소고양이 한 마리는 자동차 밑에 드러누워 관망 중이시다. 이렇게. 자동차 밑에 있는 녀석을 찍으려면 몸을 웅크리고 카메라를 땅에 붙여야 하는데, 그 자세로 무릎 꿇고 앉아있었더니 식당 주인 아저씨가 문을 드륵 열고 "뭐하세요?" 하고 묻는다. "아, 예, 고양이요." 하면서 차 밑을 가리키니, 어디 아픈 줄 알았단다. 하긴 내 자세도 좀 그랬지. 몸이 안 좋아서 쓰러지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을지도-_-;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서로 관찰 중. '뭔가 신기한 녀석이 나타났다' 하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인기척이 나도, 식당 앞 명당 자리를 떠나지 않는 녀석들도 있다. 배가 몹시.. 2007. 8. 26.
요코하마 외국인 묘지 고양이 일본을 여행하면서 인상 깊었던 풍경 중 하나가 도심 곳곳에 위치한 묘지였다. 닛포리 역에 내려 야나카 재래시장으로 가는 길 초입부터 묘지가 있고, 마네키네코의 발상지인 고토쿠지 안에서도 묘지가 있어 검은 옷을 입고 제를 지내러 찾아온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고양이를 만나러 갔던 요코하마 외국인 묘지 역시, 주요 관광지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도시 안에 제법 큰 규모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는 묘지나 납골당은 도시 외곽으로 나가서야 볼 수 있고, 어쩌다 납골당이라도 들어설라치면 ‘(땅값 떨어지게) 혐오시설이 웬 말이냐!’ 하며 벌떼같이 일어나 반대하기 일쑤니, 사뭇 대조적인 풍경이다. 어쩌면 일본에서도 지금 같은 위치에 묘지가 조성되기 전에는 그런 반발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현재는 묘.. 2007. 8. 15.
횡단 고양이 '길고양이 통신'의 다음view 구독이웃이 되시려면 오른쪽 사이드바 고양이 얼굴 위 + 버튼에 마우스를 대 보세요. 구독을 선택하면, 제 블로그에 새 글이 올라올 때마다 http://v.daum.net/my에서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구독이웃 등록은 다음넷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길고양이뿐 아니라 길 위의 모든 생명을 애틋히 여기며, 그들의 평안을 기원하는 분들과 오래 가는 인연을 맺고 싶습니다. 요코하마 모토마치 공원에서 나와서 길고양이들을 찍으며 천천히 이동하는 동안,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다. 전철을 타기 위해 '항구가 보이는 공원' 앞길까지 올라가 다시 내리막길로 내려가려는데, 차도 사람도 지나가지 않는 한적한 길에서 무단횡단을 시도하는 고양이 한 쌍을 만났다. 얼마 되지도 않던 관광객이 거의.. 2007. 8. 15.
얼어붙은 바다 위의 고양이 야마시타 공원과 요코하마 외국인 묘지로 올라가는 길에 만난 오드아이 고양이. 지붕에 한가로이 누워, 앞발에 턱을 괸 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어떤 불안도, 마음의 동요도 느껴지지 않는 고요한 눈을 하고서. 흰고양이는 눈의 여왕처럼 서늘하고 도도한 자태를 지녔다. 눈뭉치처럼 동그란 얼굴 속에, 바다와 태양을 닮은 빛깔의 눈동자가 박혀 있다. 고양이가 지붕 위에 천천히 발을 내딛을 때, 녹슬고 낡은 지붕은 푸른 바다로 몸을 바꾼다. 고양이는 아무 곳에나 앉는 몸이 아니니. 출렁이던 바다가 얼어붙어 단단해지면, 고양이는 앞발이 물에 젖지나 않는지 조심스레 건드려본 다음, 비로소 마음놓고 몸을 누인다. 2007.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