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스밀라 비오는 날 7단 수납장 위에 또아리를 튼 스밀라. 얼떨결에 데리고 있게 된 게 열흘째다. 처음 데려온 날 테이블 밑 어둡고 구석진 곳으로 자꾸 들어가기에, 상자 같은 걸로 통로를 막았었다. 그랬더니 앞발로 벅벅 긁으면서 들어가려고 버둥거리는 게 아닌가. 사방이 트인 곳에 있기가 불안했던 모양이다. 결국 길을 다시 열어줬더니 밥 먹고 그루밍한 다음에 ‘고양이 동굴’로 들어가서 웬만하면 잘 나오지 않는다. 며칠 전 7단 수납장 위에 셔츠를 깔아뒀더니, 어두워지면 그 위에서 뒹굴뒹굴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결막염은 이제 다 나았는데, 이렇게 어영부영 데리고 사는 건가, 싶기도 하다. 어머니는 가끔 방에 들어와서 “고양이 팔자가 좋구나” 하고 부러워하며 나가신다. 처음엔 나를 봐도 본척만척하거나 구석진 곳으로 숨.. 2006. 7. 28. 고양이 몸의 비밀 어쩌다 어제 두 시간밖에 못 자서, 오늘은 일찍 자려고 자정 넘어 불을 끄고 누웠다. 설핏 잠이 든지 두어 시간 지났나, 잠결에 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고양이가 화장실 쓰는 소리겠거니 하고 자려는데, 이번엔 빗자루 같은 뭔가가 발치를 스윽 스치고 지나간다. 허걱, 이 녀석이 탈출했구나. 허겁지겁 일어나보니, 고양이가 컴퓨터 책상 밑에 허리를 구부린 자세로 앉아 있다. 유리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고양이와 내가 생활하는 공간이 분리되어 있는데, 공기 통하라고 문을 조금 열어뒀더니, 그 틈으로 슬며시 빠져나온 것이다. '설마 이 사이로는 못 나오겠지?' 하고 방심했는데, 고양이의 유연성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모양이다. 지금도 조마조마하면서 데리고 있는 거라, 밖에 나왔다가 여러 사람 눈에 밟히면 그렇.. 2006. 7. 22. 파양된 흰고양이 장마철 길에서 구조되어 입양 갔던 흰고양이가 데려간 분의 사정으로 되돌아왔다. 마음 놓고 있었던 터라, 갑작스레 보낼 데가 마땅치 않았다. 결국 내 방 베란다에 숨어 지내고 있다. 어머니께는 벌써 들켜서 한 소리 들은 상태. 독립해서 나가지 않는 한, 이 집에서 동물과 함께 산다는 건 불가능 확률 90%이기 때문에 오래 데리고 있을 처지가 못 된다. 재입양을 보내려고 해도 건강해야 다른 고양이들에게 병을 옮기지 않을 것 같아서, 일단 병원에서 간단한 건강진단을 받았다. 고양이 눈에서 눈물이 계속 나는 걸로 보아 결막염인 것 같단다. 병원에서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결막염의 최후' 사진을 보고 '깨갱' 하곤 치료해달라고 했다. 이빨 상태로 보아 두 살 정도 되어보인다는데, 몸무게가 2.45kg밖에 안 나간다.. 2006. 7. 19. 장마철에 버려진 흰 고양이 친구네 집 근처에서 닷새째 방황하고 있던 고양이가 있었다. 혹시 집 잃은 고양이가 아닐까 싶어 닷새 동안 기다려봤지만, 찾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빵을 주기도 했는데 먹지 않고,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먹던 사료를 주니 잘 먹더란다. 원래 고양이는 육식동물이라 빵 따위는 거의 먹지 않지만, 길고양이 생활이 오래 가면 빵은 물론이고 밥도 먹는다. 결국 친구가 데려다 씻기고 입양을 보낸다며 케이지에 넣어 데려왔다. 요즘 비도 많이 오는데, 자립 능력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 녀석을 언제까지 길바닥에 내버려둘 수 없었다고. 한데 그 집에서도 이미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길고양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던 터라 둘째까지 업둥이를 들일 수는 없는 형편이었다. '일단 데려와서 입양을 보내든가 .. 2006. 7. 16. 이전 1 ··· 31 32 33 3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