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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양이 여행' 폴라로이드 엽서 2종 출시!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밤삼킨별 시리즈로 유명한 문구 제작사 인디고(http://www.indigostory.co.kr)에서 제작해주셨고, 올해 2월 출간기념전을 준비할 때 자선바자회를 위 소품판매용으로 소량 제작했던 '미니달력'과 비슷한 형식과 크기입니다. 그때 만들었던 미니달력 사진 기억나시죠^^ 제가 만든 미니달력과는 제조사가 달라서, '미니엽서' 세트에는 위 사진의 스티커들이나 끈, 집게 등은 없어요. 대신 미니엽서보다 크기가 좀 큰 '폴라로이드 엽서' 세트에는 고양이 스티커 5종이 포함되어 있답니다. 미니 엽서에는 세 차례의 일본 고양이 여행에서 만난 길고양이와 가게의 고양이, 그리고 고양이 소품 사진이 수록되어 있어요. 책에 수록하지 않은 미공개 사진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스.. 2010. 8. 5.
[폴라로이드 고양이] 012. 개구멍, 숨구멍, 고양이구멍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인기척에 달아나는 길고양이, 개구멍에 숨는다. 먹먹한 어둠이 몸을 집어삼켜도, 하얀 뒷다리는 어쩔 수 없구나. 아직 때묻지 않은 하얀 양말이 어쩐지 쓸쓸하구나. 언젠가 온전히 내 소유의 집이 생긴다면, 과연 그런 날이 오기는 할지 까마득하기는 하지만 가질 수 없어도 꿈꾸는 건 자유니까 한번 상상해보기라도 한다면 제일 먼저 담벼락 아래 개구멍을 뚫고 싶다. 아니, 고양이구멍을 뚫고 싶다. 집앞을 지나던 길고양이가 찾아들어 마음 놓고 쉬다 갈 수 있도록 그 구멍이, 그저 고양이구멍이 아니라 삶구멍이고 숨구멍일 수 있도록. * 아래 손가락 버튼을 눌러 추천해 주시면, 다음 글을 쓸 수 있는 큰 힘이 됩니다. 2010. 8. 4.
[폴라로이드 고양이] 010. 데칼코마니 댄스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햇살 좋은 날, 어딘가로 마실 가는 고양이를 살금살금 뒤따라가면 고양이가 내게만 살짝 보여주는 비장의 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데칼코마니 댄스'. 아무도 함께 가 주지 않는 길을 혼자 내달리는 순간, 아름다운 데칼코마니가 만들어집니다. 비록 매순간 생겼다 사라지는 작은 얼룩에 불과할지라도, 고양이는 그 짜릿한 순간을 만끽하기 위해 묵묵히 내달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단독무 가 아닌 한, 대부분의 춤은 상대방과 호흡을 맞춰 추게 됩니다. 그래서 둘이 함께 함으로써 더욱 의미가 있는 일을 빗대어 말할 때, 흔히 춤의 상징성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혼자 춤출 수밖에 없는 시간이 있습니다. 둘이 함께 추지 못해 혼자인 것이 아니라, 원래 혼자.. 2010. 6. 23.
[폴라로이드 고양이] 005. 고양이 젤리, 곰돌이 젤리 고양이라면 누구나 젤리를 갖고 있습니다. 이른바 '곰돌이 젤리'라는 것인데요. 네 개의 발바닥에 말랑한 쿠션 재질이 있어서 고급 신발에 장착된 에어쿠션처럼 뛰어내릴 때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고양이 젤리라고 하지 않고, 곰돌이 젤리로 부르는 이유는 발바닥의 제일 넓은 면이 테디베어의 얼굴과 두 귀를 꼭 닮았고, 네 발가락은 각각 테디베어의 팔다리 모양 같아서 그렇답니다. 포도젤리처럼 까맣던 발바닥은 흙먼지로 희뿌옇게 변하고 , 야들야들 부드러웠던 분홍색 젤리에 굳은 살이 생기고 때가 낍니다. 길고양이들이 때때로 발바닥을 열심히 핥는 건, 뭔가 달콤한 위로가 그 안에서 스며나오기 때문 아닐까요. 인간이 고양이의 폭신폭신한 발바닥을 어루만지며 위로를 받는 것처럼. 길고양이의 발바닥 젤리를 보면서 짠.. 2010. 6. 3.
[폴라로이드 고양이] 004. 등받이 길고양이 두 마리가 햇빛 아래 몸을 옹송그리고 잠을 청합니다. 은신처에 숨어 편히 누워서 자면 될 텐데, 마침 따끈하게 데워진 돌방석 위를 떠나기가 싫었던 모양입니다. 엉덩이는 엉거주춤 붙이고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어디에든 머리를 좀 기댔으면 하는 눈치입니다. "웅...졸리긴 한데... 그냥 자긴 불안하고...." "나한테 기대면 되잖아. 얼른 코 자" "정말? 그럼 너만 믿고 잔다." "..." 말은 그렇게 해 놓고 둘 다 곤히 잠들어 버렸습니다. 서로 기대니 편안했나 봅니다. 누군가와 약속을 잡았을 때 오래 앉아 얘기할 일이 생기면, 등받이 의자가 있는 곳인지 아닌지부터 먼저 살피게 됩니다. 척추디스크 진단을 받은 뒤로, 등을 기대지 않고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뻑뻑해지는 느낌이라 나도 모르게 습.. 2010. 6. 1.
[폴라로이드 고양이] 003. 고양이 같은 친구 맨몸으로 차가운 바다에 내던져진 것처럼 슬픔이 목까지 차올라 숨쉴 수 없을 만큼 힘겨운 날, 고양이처럼 말없이 다가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와 많이 다른 사람, 때론 '쟤 참 이상하다' 여겼던 사람, 내가 울적할 때마다 썰렁한 농담 시리즈를 이것저것 주워섬기다,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으면 드디어 웃겼다며 뿌듯해하는 사람. 마음을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기쁘다는 걸 가르쳐 준 사람. 그런 친구가 있습니다. 일이 쓰나미처럼 몰려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때, 더 이상 일어나 싸우기가 힘들어서 차라리 그대로 잠들어 눈을 뜨고 싶지 않을 때도, 묵묵히 어깨 두들기며 위로해주는 사람. 슬픔의 무게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눠지는 사람, 함께 있는 순간의 침묵을 불편히 여기지 않고 즐.. 2010.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