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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밥 주는 파리의 할아버지 어떤 도시에서 고양이를 만날 확률이 가장 높은 장소란 공원묘지가 아닐까 합니다. 도쿄의 야나카 레이엔에서 밥주는 할아버지를 만났듯, 파리의 반려견 묘지에서도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녹지로 둘러싸인 묘지는 고양이를 부르고, 그 고양이들이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모양입니다. 밥 주는 할아버지의 기척을 느낀 고양이가 잰걸음으로 할아버지의 뒤를 따릅니다. 할아버지를 따라가면 먹을 것이 생긴다는 걸 경험으로 알기에,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고양이가 안심하고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인적이 드문 으슥한 곳을 골라 밥그릇을 놓아줍니다. 할아버지의 커다란 가방엔 고양이 사료포대가 가득입니다. "음~ 맛있는 냄새..." 할아버지를 따라온 고양이는 얼른 밥그릇 앞에 다가갑니다. 건사료보다 .. 2010. 8. 27.
"아, 시원해!" 길고양이의 전용 옹달샘 길고양이에게 필요한 건 밥뿐만은 아닙니다. 사냥감에서 수분을 제때 얻을 수 없다면, 신선한 물을 먹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시골이 아닌 대도시에서는 고양이가 마음 놓고 물을 마실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아스팔트가 움푹 꺼져 홈이 팬 자리에, 전날 내린 폭우로 물이 고였습니다. 한 모금 물이 아쉬운 고양이는 이 빗물을 자신만의 옹달샘으로 삼았습니다. 사방이 트인 곳이기에, 물을 마시기 전에 혹시 주변에 해코지할 사람이 있나 경계합니다. "흠...그럼 한번 마셔볼까나?" 고양이는 혓바닥을 숟가락처럼 만들어 낼름낼름 물을 떠 마십니다. 비록 잠시 생겼다 사라질 옹달샘이지만, 물이 귀한 길고양이 세계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아~ 잘 마셨다!" 갈증을 해소한 고양이는 입가에 묻은.. 2010. 8. 27.
인기만점! 파리의 꽃집 고양이 고양이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은,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는 고양이들입니다. 파리의 중국음식점 거리를 걷다가, 꽃집을 지키던 고양이 점원을 만났을 때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의 만남이었기에, 반가움과 기쁨은 배가 되었답니다. 보통 쇼윈도에는 그 가게의 가장 핵심이 되는 물건을 배치하기 마련인데, 다육식물과 토피어리로 가득한 이동식 진열장 아래 한 칸을, 오롯이 고양이를 위해서 비워두었네요. 여유롭게 누운 고양이에 마음이 사로잡힌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가게 앞에 발을 멈추게 되니, 자연을 좋아하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손님의 눈길을 끌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창밖을 구경하길 좋아하는 고양이가 안전하게 바깥을 볼 수 있는 방법도 되니 일석이조네요. 근데 이 고양이 점원, 표정 참 시큰둥하네요. 차.. 2010. 8. 26.
파리의 동물묘지, 애틋한 고양이 묘비들 여행을 할 때면, 꼭 그 나라의 유명한 묘지를 돌아보곤 합니다. 대개 파리 여행 코스에서 페르라셰즈나 몽파르나스 묘지가 하나쯤 들어가지만 고양이 여행에서 동물묘지를 빠뜨릴 수는 없습니다. 파리에 오기 전 들렀던 스웨덴의 동물묘지와 어떻게 다를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물론 제가 갔던 고작 몇 군데의 묘지가 그 나라의 동물묘지 양식을 대표한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그 나라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이별한 후 어떤 모습으로 추억하는지 보여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묘지 입구로 들어서면, 40명의 목숨을 구한 구조견의 기념비가 당당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이곳은 '반려견 묘지'라고 불리지만, 개 외에도 고양이, 말 등 다양한 동물이 묻혀 있으며, 명사들과 함께 했던 동물들이 묻힌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10. 8. 25.
여행의 고단함을 달래준 코알라무늬 고양이 파리 고양이 여행 중 머물렀던 숙소 바로 앞집에는 코알라무늬 고양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코알라무늬가 뭐냐고요? 얼굴 생김새는 여느 고양이와 비슷한데, 코 부분에 타원형 얼룩이 꼭 코알라의 둥근 콧등처럼 보였거든요. 코팩이라고도 합니다만, 어쩐지 코알라무늬가 더 친근하게 느껴져서 좋아요. 여행 중에 일정이 어긋나거나, 갑자기 비가 오거나, 혹은 작은 일로 일행과 다투고 나서 울적해진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다 보면 꼭 코알라무늬 고양이가 기다리곤 했습니다. 날 기다린 건 아니고, 먹여주고 재워주는 집주인 아주머니를 기다린 것이지만... 닫힌 철창살 너머로 나를 빤히 바라보기는 해도, 절대 쓰다듬어달라 다가오지는 않는 차가운 도시 고양이지만, 두툼한 뱃살과 콩자반을 연상시키는 발바닥 젤리를 보면 싱숭생숭했던 마.. 2010. 8. 23.
파리 몽파르나스 묘지, 고양이 기념비의 사연은? 파리 3대 묘지로 흔히 페르라셰즈 묘지, 몽파르나스 묘지, 몽마르트르 묘지를 꼽습니다만, 이중 몽파르나스 묘지에는 특별한 사연을 담은 고양이 기념비가 있습니다. 이 묘지에 잠든 이들 중에는 세기의 커플로 불리던 사르트르와 보봐르를 비롯해 시인 샤를 보들레르,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 가수 세르주 갱스부르 등 수많은 명사들이 묻혀 있지만, 제 눈길을 끈 것은 이 기념비였는데요. 밋밋하고 삭막해 보이기까지 하는 비석과 무덤 사이로, 뚱뚱한 뱃살을 드러낸 채 두 발로 우뚝 선 고양이의 익살스런 모습에 그만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묻힌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가까이 가보았는데, 어쩐지 작품 스타일이 익숙합니다. 화려한 원색의 모자이크 조각, 비석에 적힌 꼬불꼬불한 글씨체는 설치작품과 조각으로 유명한.. 2010.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