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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블로그를 다시 엽니다 이글루스 블로그에서 글을 옮겨오는 작업을 하던 중에 티스토리의 기존 데이터를 홀랑 날려먹었습니다. 글을 포장이사 서비스를 통해 옮기다 보니 오류가 생겨서, '일단 백업해온 내용을 지웠다가, 버그 잡히면 다시 깔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만, 아무 생각 없이 데이터 삭제를 눌렀더니 완전 하드 포맷과 같은 결과가-_-; 써둔 글은 원본이 있으니 옮겨놓으면 되는데, 방명록이나 카운터도 함께 날아갔네요. 포장이사란 개념은 편리하지만, 역시 좀 더 기다려봐야겠다는...아직까지는 이글루스의 경우 카테고리 분류가 티스토리로 옮겨놓았을 때 서로 뒤섞여버리고, 사진이 여러 개 들어가는 글은 두 번째 사진부터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습니다(첫 번째 사진과 똑같은 것으로 대치되어버림). 이 녀석은 길고양이 블로그를 만든 계기가 되어.. 2007. 3. 27.
엄마가 된 '행운의 삼색 고양이' 한 생명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처럼 경이로운 일도 없을 것이다. 같은 장소에서 꾸준히 길고양이 사진을 찍다 보면, 마냥 까불며 놀기만 할 것 같던 어린 고양이가 어느새 어엿한 엄마가 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밀레니엄 타워에서 만난 ‘행운의 삼색 고양이’ 역시 1년 뒤에 네 마리의 새끼를 거느리고 나타났다. 어린 고양이답게 토실토실하던 몸이 자라서 늘씬해지고, 얼굴 살도 홀쭉하게 빠져서 그런지 처음에는 행운의 삼색 고양이라는 걸 몰라볼 정도였다. 하지만 집에 와서 찍은 사진을 훑어보는데 얼룩무늬가 어쩐지 낯익어, 1년 전 사진과 대조해보니 그 녀석이 확실했다. 새끼 네 마리를 홀몸으로 건사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걸까. 하얗게 빛나던 콧잔등에도 때가 묻고, 찹쌀떡처럼 폭신하게 보이던 발등의 털도 듬성.. 2003. 8. 9.
사랑의 과녁 짧은 꼬리를 휙휙 흔들며 사라졌던 '행운의 삼색 고양이'는 이듬해 새끼를 가진 어미 고양이가 되어 나타났다.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일 때가 되면 가슴도 부풀어 오르고, 젖꼭지 근처에 동그라미를 친 것 같은 무늬가 생긴다. 꼭 과녁 같다. 털속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으니, 여길 보고 알아서 찾아먹으라는 신호일까. 새끼들에게는 달콤한 '사랑의 과녁'인 셈이다. 딱히 먹일 만한 것이 없어서, 근처 구멍가게에서 천하장사 소시지를 사다줬더니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바닥에 소시지의 잔해 한 점을 남기고, 못내 아쉬운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올려다본다. 새끼 거둬 먹이느라 다리며 얼굴은 예전보다 홀쭉해졌는데, 젖이 고여 부풀어오른 몸이 못내 무거워 보인다. 2003. 7. 8.
행운의 삼색 고양이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광화문-종각역-인사동을 왕복하는 익숙한 동선을 따라 무심코 오가던 길에서, 어린 삼색 길고양이를 발견한 것은 2002년 7월이었다. 그전에도 길에서 몇 차례 길고양이를 만난 적은 있지만, 친해지고 싶어서 손을 내밀면 녀석들은 잽싸게 내빼곤 했다. 그런데 종로의 한 빌딩가 화단 속 은신처에서 만난 삼색 고양이는, 사람을 슬금슬금 피하는 여느 길고양이와 달랐다. 검은 대리석 화단에 ‘식빵 자세’로 앉아 있다가 나를 보고 몸을 일으키더니, 화단 난간에 팔짱을 끼고 앉는 게 아닌가. 바에 와서 마실 것 한 잔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여유롭기까지 하다. 아직 채 한 살도 되지 않은 어린 고양이 같은데 대담하기 짝이 없었다. 이 정도면 내가 고양이를 구경하는 게 아니라, 고양이.. 2002.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