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자동차 아래를 보면 고양이가 동그랗게 몸을 옹송그린 채

앉아있습니다. 높은 곳을 좋아해서 캣타워는 물론이고 책꽂이

위로도 종종 뛰어올라가는 집고양이들을 생각하면, 사람들의

눈이 무서워 밖으로 나서지 못하고 '어둠의 세계'로만 숨어드는

길고양이들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그저 인간 위주의 관점인지도 모릅니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빛의 밝기에 따라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동공

덕분에 어두운 곳에서도 별 어려움 없이 다닐 수 있고, 원래부터

야행성 동물에 가깝다보니 밤의 어둠을 더 익숙하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나라, 어느 동네를 가더라도 그곳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건, 내가 아는 고양이의 습성과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친근한 고양이들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고양이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나는 자동차 아래 쭈그리고 앉아 고양이를 구경합니다.

자동차 동굴 아래에서 몸을 숨기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다리를 구경하는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한번도 와 보지 못한 곳을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걱정도 두려움도 가라앉고, 어느새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내가 고양이를 구경하고 있을 때도 고양이는 나를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그냥 제 옆에 쌓인 맥주상자나 잡동사니 더미처럼, 혹은 자기 머리 위에 있는 자동차처럼

무생물 같은 존재인 양 담담하게 대합니다.


어둠침침한 자동차 동굴에 가장 어울리는 드레스 코드가 있다면, 역시 까만 털코트겠지요.

몸도 까맣고 그늘도 까매서, 자동차 아래 숨은 고양이의 눈동자가 보이지 않네요.


자동차 동굴 아래서 만나는 고양이들 중에는,

한쪽 눈만 살짝 내놓고 반짝반짝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녀석도 있고..


쓰레기가 뒹구는 자동차 밑에 몸을 옹송그린 채 추위를 피하는 모습도 만나게 됩니다.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에 눈이 부신 듯 찡그리면서도, 고양이는 달아날 기색이 없습니다.

기껏 구한 자동차 밑 동굴의 아늑한 공간을 벗어나고 싶지 않아서이겠지요.

 

동굴에 몰래 숨은 듯 자리를 잡은 길고양이가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넉살 좋게 네 다리를 뻗고,

자동차 아래 그늘이 제 안방인 양 여유를 부리는 녀석도 만납니다.

저는 동네 터줏대감 고양이에게서 풍기는, 대책없는 자신감을 좋아합니다. 

이렇게 누워있어도 아무도 자길 건드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랄까, 그런 게 느껴지거든요. 


오늘도 집에 들어가는 길에, 자동차 밑에 숨은 고양이는 없는지 기웃거리게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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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바람노래
    2009.02.23 10:23 신고

    저도 어느새 문득 문득 자동차 안이나 골목 틈새를 들여다 보는 버릇이 생겼더라구요.
    그곳에는 언제나 그녀석들이 있더라는.ㅋ

    • BlogIcon 야옹서가
      2009.02.23 20: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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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에서 집까지 가는 길이 약간 비탈길이고 담벼락 위에 차가 있는 구조여서
      자동차 아래를 올려다보면서 지나갈 수 있는 구조인데요,
      가끔 고양이가 차 밑에 있더군요.

  2. BlogIcon 구름~
    2009.02.23 11:31 신고

    밤중에 길을 걷다 골목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녀석들을 유심히 보면 주차된 자동차를 체크포인트 삼아서
    이동하더군요. 사람들 눈길을 피해 이 쪽 차 밑에서 저 쪽 차 밑으로 후다닥~

    • BlogIcon 야옹서가
      2009.02.23 20: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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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를 가림막 삼아 이동하는 건가요^^ 눈치빠른 고양이들...
      막 주차한 차 밑에는 따뜻하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본능적으로 그런 곳을 찾아다니는 듯.

  3. BlogIcon corio
    2009.02.23 11:48 신고

    항상 위험해 보이는데요..

    딴에는 거기가 더 안전해 보이나봅니다..

    • BlogIcon 야옹서가
      2009.02.23 2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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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자동차 밑으로 기어들어갈 때 주차된 차를 확인하고 가야할 텐데요,
      사람이 있을 때 잠깐 정차한 차 밑으로 가면 난감하다는..

  4. BlogIcon Fallen Angel
    2009.02.23 18:17

    자동차밑 버려진 박스안에서 좀 많이들 볼수 있죠.

  5. 서글픈구름
    2009.02.23 19:50

    저정도는 양호한거죠..전 고양이 때문에 아주 황당한 경험을.. 차에서 고양이 소리가나는데 태운적이 없거든요.. 찾아봤더니.. 이놈이 엔진룸에 들어가 있던.. 대체 어떻게 기어들어간건지...

    • BlogIcon 야옹서가
      2009.02.23 21: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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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저는 차가 없어서 엔진룸이 어디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차 뚜껑(?) 같은 걸 열어야 들어가는 곳인가요? 아님 차 밑에 틈새 같은 게 있나요?

    • 웃음^^
      2009.02.2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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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도 그랬지요^^
      저희는 그 고양이가 예뻐서 키웟어요 ^^

  6. BlogIcon yuna
    2009.02.24 10:29

    저도 고양이들 밥주러 갈 때 차 밑을 살피곤 해요.
    마지막 사진 고녀석. 하하

★ 길고양이를 향한 따뜻한 응원 감사드려요~ 문의사항은 catstory.kr@gmail.com로 메일 주시면 확인 후 회신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