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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고속도로 로드킬, 쓸쓸한 죽음

by 야옹서가 2009. 2. 26.

동물로 태어나 가장 쓸쓸하고 비참한 죽음 하나가, 고속도로에서의 로드킬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위에서 맞은 죽음은, 차에 치었을 때의 고통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위에서 죽은 생명들은 다시 흙으로 돌아가 안식을 맞이할 수 있지만, 고속도로에서 죽은 동물은 그럴 수도 없다. 생명의 온기가 빠져나갈 때까지 천천히 납작해지다가, 뼈도 살도 추리지 못하고 몸이 찢겨 죽음을 맞는다.  
 
지방 출장을 갔다가 동행한 사진가의 차를 얻어타고 돌아오는 길에 처음으로 로드킬을 목격했다. 하늘이 예뻐서  밖을 찍다가 무심코 도로를 봤는데, 뭔가 이상한 물체가 땅바닥에 붙어있었다. 움직이는 차 안에서 찍느라 휙 뒤로 지나가버려 흔들린 사진 한 장 남았지만, 분명히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털 빛깔을 보니 아마도 삼색 고양이거나, 유기견이 아니었나 싶다.
이미 오랜 시간 전에 죽어 수십 대의 차가 밟고 지나간 핏자국도 튀어나온 장기의 흔적도 없고, 몸은 납작할대로 납작해진 상태였다



앞차가 갑자기 치고 지나가면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동물을 피해 운전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만약 발견했다 해도,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들 사이에서 자칫 잘못 멈췄다가는 제2의 사고가 날 수도 있다. 결국  뒤따르는 차들이 숱하게 밟고 지나갈 때마다, 죽은 동물의 몸은 조금씩 얇아진다. 그렇게 얇아지고 잘게 부서진 몸은 결국 털가죽도 뼈도 뭉개져 바람에 날아가 사라질 것이다. 아스팔트 도로에 껌처럼 달라붙은 동물의 몸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이 든다 .   

인간이 좀 더 빨리 가기 위해 만들어놓은 길에서, 동물들은 제 수명보다 빨리 세상과 작별한다. 고속도로에 그어진 하얀 선이 인간에게는 1차선과 2차선을 가르는 표시에 불과하겠지만, 목숨을 걸고 길을 건너는 야생동물이나 유기동물들에겐 '차선'이 아닌 '사선'이 되고 만다. 로드킬을 당해 고통스럽게 세상과 작별했을 동물의 안식을 빈다. 무덤도 장례도 없는 죽음이지만, 그래도 누군가 너의 안식을 위해 기도한 사람이 한 명은 있었다고 기억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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