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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길고양이의 발라당 놀이

by 야옹서가 2009. 2. 27.
흔히 고양이를 가리켜 새침하고 도도한 동물이라 말하지만, 가까이서 바라본 고양이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기분이 좋아진 고양이가 등을 바닥에 붙이고 배를 드러낸 채 몸을 이리저리 뒤채는 행동을 가리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발라당'이라 부릅니다.

식빵(몸을 동그랗게 움츠리고 앞발을 가슴아래 접어넣어 네모난 식빵처럼 만든 모양), 찹쌀떡(고양이의 하얀 앞발을 귀엽게 부르는 말), 젤리(고양이 발바닥의 말랑말랑한 부분) 등 고양이의 행동이나 모습을 보고 붙이는 암호 같은 애칭보다는 좀 더 명료한 설명입니다. 고양이의 발라당 놀이는, 부연설명이 더 필요없이 발라당 그 자체이니까요.

처음 고양이의 발라당 놀이를 보았을 때는 '등이 가려워서 그러나?' 생각했습니다.  발정기 때 고양이의 발라당이 심해진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는데요.

집에 업둥고양이 스밀라가 들어오면서 의문은 자연스럽게 풀렸습니다. 고양이는 그냥 자기가 기분 좋을 때 발라당을 한다는 걸요. 놀아달라고, 쓰다듬어달라고, 나에게 관심을 보여달라고, 고양이는 그렇게 몸으로 말을 건넵니다.

거문도에서 만난 이 고양이는 무아지경에 빠져 열심히 발라당을 하고 있습니다.
발라당을 하는 고양이를 보면 참 귀엽습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주변 상황은 안중에도 없는 듯,
부비적부비적 발랑발랑 몸을 움직이기에 열심인 모습이 엉뚱해 보이기도 하고요.
발라당 자세가 사랑스러운 또하나의 이유는, ㅅ자 입술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양이가 처음 발라당을 할 때, 앞다리를 90도로 꺾은 자세는 애교가 철철 넘치는 모습입니다.
이 사진에서는 앞다리의 각도가 약간 애매합니다만^^
  
고양이에게 배는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믿을 수 없는 적 앞에서는 배를 드러내놓지 않습니다.
고양이가 적을 만나면,등을 활처럼 구부려 곧추세우고 털을 부풀려 몸을 커 보이게 만드는데, 이때에도
배를 공격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눈을 조심스레 피해다녀야 하는 거문도 고양이에게도, 잠시 발라당을 하며 놀 마음의 여유는 있습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고양이나 사람이나 하루하루가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전쟁 같은 나날이지만,
고양이가 보여준 여유로운 발라당 자세처럼 저도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길 기원해 봅니다.

*덤으로, 거문도에서 찍은 풍경사진 한 장을 붙입니다. '길고양이 통신' 블로그에 들른 분들께 보내는 작은 선물입니다. 
잠시나마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그쪽으로도 전해졌으면 좋겠군요. 마음만은 넉넉한 주말 보내시길...(^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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