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쿠라 여행에서 부처님 뱃속구경보다 기억에 남는 건 예측하지 못했던 길고양이와의 만남이었습니다.
삼각형으로 길쭉한 담벼락에 젖소무늬 고양이가 열심히 그루밍을 하고 있었습니다.
고양이야 일본여행 동안 숱하게 만났으니 새로울 건 없었지만, 재미있었던 건
이 녀석이 매우 당당한 데다, 붙임성도 만만치 않았다는 점입니다.
꼬리 한 쪽, 다리 한 쪽. 양쪽으로 늘어뜨려 대칭 자세로 요가를 하더니, 자세를 단정히 합니다.
고개를 쭉 빼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모습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고양이를 열심히 찍는 나를 보더니, 담벼락으로 눈을 돌립니다.
그리고 싱긋 웃으며 길고양이에게 천천히 손을 내밉니다. 고양이가 냄새로 인사를 할 수 있도록.
'드디어 만났어요, 나를 예뻐해줄 사람. 나랑 놀아줄 사람.' 고양이는 기분이 좋아서 연신 부비부비.
아주머니와 아이들이 동시에 손을 내밀 때, 고양이도 팔을 쭉 뻗어봅니다.
엄마의 따뜻한 손, 아이들의 작고 말랑한 손이 고양이의 앞발과 마주칩니다.
고양이는 아무 의심 없이, 고민도 없이 제 몸을 내맡깁니다.
아무래도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간 뒤에, 언젠가 가마쿠라를 떠올릴 때 나는
뱃속이 텅 빈 13.4m짜리 청동불상보다는, 이 가족과 고양이의 따뜻한 교감을 더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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