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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간병 우울증

by 야옹서가 2009. 7. 27.

토요일에 스밀라 혈액검사를 다시 했으나  BUN: 60mg/d, Cre: 5.5mg/d으로 상태가 제자리다. 겨우 일주일 수액 놓고 며칠 약 먹인 걸로 정상수치에 가깝게 돌아올 수는 없겠지만, 스밀라에게 강제로 약을 먹이고 밥을 밀어넣는 게 전쟁 같다. 스밀라가 약 먹는 걸 완강히 거부하는 통에 엄지손톱에 구멍이 날 만큼 제대로 깨물렸는데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평소 입질하는 시늉만 할 뿐 아프게 무는 법 없던 스밀라가 얼마나 화가 나고 힘들면 그럴까 싶어 속이 상한다. 병이 깊으면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은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어쨌거나 앞으로도 물릴 일이 많겠다 싶어 파상풍 주사를 미리 맞아둔다. 그리고 일요일부터 크레메진 투약을 시작했다.

먹이는 건 물려도 약만 제대로 먹이면 다행인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캡슐은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고 터뜨리니, 입안에서 캡슐이 터져서 침을 폭포수처럼 흘리는 스밀라가 불쌍하기도 하고, 저렇게 못먹은 약을 버려서 상태가 더 나빠지면 어쩌나 겁도 난다.
남들은 약 먹이는 기구로 잘도 먹인다는데, 그 도구 써서 어렵게 입 벌리고 밀어넣어도 스밀라가 사납게 씹으며 혀로 밀어내고 캡슐도 씹어버려 소용이 없다. 뱉아버린 캡슐이 물렁해져서 결국 입속에서 터지니 기분나쁜 기억이 각인되어서인지, 이제는 약을 먹이려고 하면 네 다리에 힘이 바짝 들어가고, 이빨을 앙다문채 입을 열지 않으려고 한다. 결국 어떻게든 약을 먹여야 하기는 하니까 영양제(마이뷰)에 말아서 주사기에 넣어 약을 먹이고 있는데 이렇게 줘도 되나 싶고.
 
피하수액도 놓아주어야 하는데 집에서 시도해보다가 허둥지둥 내 손에 바늘 찌르고, 스밀라가 자꾸 아픈 듯이 울어서 깊숙이 찌르지를 못하고 결국 수액 세트만 하나 버렸다.  익숙해질 때까지만이라도 아침저녁 약 먹이고 수액 놓는 걸 가르쳐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어디서 고양이 간병인을 구할 수도 없고, 약조차 제대로 못 먹이면서 모든 걸 혼자 책임져야 하니 우울증만 커져간다. 요즘은 다음날 아침이 영원히 오지 않았으면 싶다. 밤에 잠드는 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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