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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어느 못생긴 길고양이 이야기

by 야옹서가 2009. 9. 23.
길고양이인데도 몸단장을 잘하고 건강 상태가 좋은 녀석이 있는가하면, 노숙 생활의 고단함을 보여주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고양이를 흔히 '못생긴 고양이'라 부르지만, 이 녀석들도 영양 섭취가 좋고

삶에 여유가 있으면 그렇게 힘겨워 보이지는 않았겠지요. 사람의 인상에 그의 삶이 그대로 스며 있는 것처럼, 

길고양이를 보면 그가 살아왔을 몇 년의 고단한 삶이 비쳐, 마음이 아릿합니다.
 
어느 나른한 오후, 컵소주 한잔 드시고 길가에 쓰러진 아저씨처럼 아무렇게나 몸을 부리고 누워 있습니다.


제대로 먹지 못해서 그런지 볼이 쑥 들어갔습니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고양이는 몸단장도

깨끗이 하지 못합니다.
눈곱 낀 눈두덩은 부어 있고, 귀에도 거뭇거뭇한 귀진드기가 그득합니다.

그러나 기운이 없어 보여도 어딘가로 잽싸게 자리를 옮길 때의 고양이는 민첩합니다.

안전거리를 확보하자, 우연히 만난 친구와 입술을 부비며 인사를 하는 여유도 보여줍니다.

제가 슬며시 뒤를 따라오자  눈을 부릅! 뜹니다. 눈이 아파 크게 뜨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아까는 

귀찮아서 실눈을 떴던 것 같네요.
은신처에서는 마음이 놓이는지, 처음 마주쳤을 때보다 안정된 모습입니다.


경계한 것도 잠시, 나뭇가지에 입술을 부빕니다. 영역 표시를 하고 싶은 것이겠지요.

어딘가에서 길고양이를 본다면, 한때 그 고양이에게도 어리고 예쁘던 시절이 있었음을 기억해 주세요.

길 위에서 겪었던 고된 삶이, 지치고 힘든 길고양이를 만들었을 테니까요. 

인간은 고양이가 마땅찮은 듯 흘겨보는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길고양이는

자신보다 훨씬 더 크고 무서운 인간을 두려워하며 달아날 곳을 살피는 중인지도 모른답니다.

*갑자기 조회 수가 늘어서 봤더니, 고양이 사진이 첫화면에 걸렸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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