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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넙죽 절하는 자세로 잠든 고양이

by 야옹서가 2009. 10. 6.
고양이는 가끔 앞발에 머리를 고이고 잠을 잡니다. 절을 하듯 두 앞발로 머리를 곱게 감싼 모습을 보면

귀엽기도 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이불이라도 덮어주고 싶어집니다. 노트북 위에 뽁뽁이를 깔아두었는데,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책상 위로 훌쩍 뛰어올라 몸을 도사리고 있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고양이의 잠은 얕디얕은 토끼잠. 자다가도 실눈을 뜨고, 깬듯 실눈을 떴다가도 까무룩 잠이 듭니다.

입술과 앞발이 방금 먹은 밥의 흔적으로 노릇하게 물들어 마음이 짠합니다.

신부전 진단을 받은 이후로 식욕이 많이 떨어진 스밀라에게 강제급여를 시작한지 어느덧 석 달이 되어갑니다. 

 

밥을 먹는 스밀라도, 강제급여를 하는 사람도 둘 다 힘이 드니, 제 입으로 밥을 먹어주면 가장 좋겠지만

가뜩이나 입이 짧은데다 몸도 좋지 않으니 하루에 필요한 열량을 충족시킬 만큼 잘 먹어줄 리 없습니다.

시험삼아 점심을 자율급식으로 해봤더니 금방 몸무게가 100g이 줄어 어쩔 수 없이 강제급여를 합니다.

사람은 머리를 받치고 자면 팔이 저린데, 고양이는 안 그런가 봅니다.

자는 줄 알았더니 눈을 슬며시 뜨고 관찰하고 있습니다.

스밀라가 몸을 둥글게 말고 다시 잠을 청합니다. 잠에서 깨면 스밀라도 기분이 좀 좋아져 있을까요.
 
뽁뽁이 침대 위에서 잠시라도 단꿈을 꾸기를, 꿈속에서는 아프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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