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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지붕에 혼자 남겨진 아기 길고양이

by 야옹서가 2009. 11. 15.
한여름 은신처가 되어준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만 지붕 아래, 어린 길고양이가 몸을 둥글게 말고 있습니다.

엄마 길고양이는 먹이라도 구하러 간 것인지 보이지 않고, 아기 길고양이 혼자

텅 빈 지붕을 지키고 있습니다. 나뭇잎 지붕이 사라진 슬레이트 지붕이 휑합니다.

아기 길고양이에게 태어나 처음 맞는 가을은 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머리 위에 가득했던

초록 잎사귀가 누렇게 시들시들해지는가 싶더니, 하나둘 떨어져버려 이제 남은 게 없으니까요.

덮지도 못하는 낙엽 이불만 발치에 뒹굽니다. 저 낙엽이 하나하나 따뜻한 담요 조각이었으면 좋겠네요.

바스락 소리에 아기 길고양이가 귀를 뾰족하게 세우고 지붕 끝으로 달려듭니다. 아빠 길고양이가 나타난 것입니다.

하지만  아빠 길고양이는 스티로폼에 앞발톱만 몇번 갈더니, 새끼는 돌보지 않고 무심코 지나가 버립니다.

아빠 길고양이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새끼의 눈은 아빠 뒤를 떠나지 않습니다.

다시 혼자 남겨진 새끼 길고양이는 멍한 얼굴로 앉아 있습니다. 지붕 위 기왓장이 금세라도 떨어질 듯하지만
아직까지는 몸무게가 가벼워 그런지 귀퉁이에 앉아도 거뜬합니다. 



가을비 내리고 나더니 벌써 겨울입니다. 아기 길고양이는 처음 맞이할 계절입니다. 이 겨울을 무사히 버텨야만

내년에 당당한 어른 길고양이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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