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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줄 서서 밥먹는 길고양이 급식소

by 야옹서가 2009. 11. 19.
고양이를 찍으러 다니면서 길고양이 임시 급식소를 엽니다. 

모든 길고양이의 배고픔을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최소한 길고양이가 절 만난 그날만큼은, 깨끗한 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어떤 곳의 길고양이는 서로 머리를 들이밀며 싸우기도 하지만, 대부분 질서 있게 사이좋게 밥을 먹습니다.

줄을 서서 자기 순서를 기다려 먹기도 합니다.

먼저 밥그릇을 발견한 노랑이가  머리를 들이밀며 밥을 먹습니다. 급한 마음에

앞발까지 이미 밥그릇으로 쑥 들어가 있습니다.

뒤늦게 온 호랑이는 눈을 감고 마징가 귀를 한 채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자 표정이 좀 안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노랑이는 뒤꼭지가 따가웠는지, 슬그머니 뒤를 돌어보는가 싶더니...

다시 밥그릇 있는 자리로 돌아앉아 밥을 먹습니다.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입니다.

기다리다 지친 호랑이는 다리가 아팠는지 포기했는지, 그만 주저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노랑이가 흡족하게 밥을 먹었는지 기분 좋은 얼굴로 뒷머리를 긁고 있습니다.

호랑이에게도 기다린 보람이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 밥은 많이 남았습니다.

콧잔등의 벗겨진 털이, 길고양이의 고된 삶을 짐작하게 합니다.

"캬~ 이 맛이야!" 하고 감탄하는 것 같습니다.

날이 추워지니 방안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코끝이 시렵습니다.

이제는 길고양이 쉼터에 무릎담요라도 슬쩍 깔아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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