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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우연히 배고픈 고양이를 만났을 때,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행동이 있다. 바로 주변에 구멍가게가 있는지 두리번거리는 것. 길고양이의 응급식량이자 특별식인 어육 소세지 '천하장사'를 사기 위해서다. '천하장사'는 가장 구하기 쉽고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이다. 가격은 단돈 200원. 원재료의 성분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잡어 종류와 밀가루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빨간 띠를 잡아당겨 비닐을 벗기면 노란 속살이 살포시 드러나는 천하장사는, 아래 위를 묶은 금속 띠를 물어뜯고 비닐을 벗겨내는 게 재미였는데, 이렇게 터프한 개봉방식 때문에 이를 다친 어린이들이 종종 있었던 모양이다. 심지어 비닐 포장 표면에 "물어뜯어 내용물을 꺼내지 말고 빨간 띠를 당겨 여십시오(대충 이런 뉘앙스의 글이었음-_-) "란 경고문이 인쇄될 정도였다. 하지만 어렸을 적에는 나도 금속 부분을 이로 물어뜯고 비닐을 벗기곤 했다. 아마 저 빨간 띠가 옛날에는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문방구에서, 혹은 구멍가게에서 판매되는 이른바 '천하장사 스타일' 소세지는 대부분 천하장사 브랜드가 아닌 다른 이름을 달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대개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가 그 자리를 꿰찼다. 천하장사라면, 이제 사라져가는 노후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내 마음에 남은 노란색 소세지는 언제나 천하장사다. 일회용 밴드의 대명사가 된 대일밴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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