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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고양이가 불쌍한 자세로 잠들 때

by 야옹서가 2010. 3. 2.
고양이가 보이지 않아서 집 구석구석을 찾다 보면, 대개 어딘가에 몸을 둥글게 말고 웅크린 자세로 자고 있다.

스밀라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화장대 의자 아래, 의자 다리 사이에 버팀목이 H형으로 대어진 자리.

딱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가 몸을 의지할 만한 공간이어서, 스밀라는 종종 여기로 와서 기대거나 턱을 고인다.
 
지금은 저녁 8시, 사람에겐 아직 활동시간이지만 고양이에게는 취침 시간이므로, 스밀라는 새벽 산책을 위해

체력을 비축하고 있다.

고양이는 왜 고개를 한껏 조아리고 자는 것일까. 언뜻 보기엔 불쌍해보이기까지 하는 자세인데.

저러다 허리가 아프지 않을까, 팔은 저리지 않을까 싶다가도, 스밀라가 한없이 편안한 얼굴로 

제 꼬리에 얼굴을 파묻고 누운 것을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고양이는 제 꼬리에 얼굴을 파묻을 때 안도감을 느끼는 게 아닐까. 솜사탕 같고, 털이불 같은

보드랍고 가벼운 꼬리털에 머리를 대면, 누군가에게 폭 안긴 것처럼 편안한 기분이 들어서

매번 그러는 것은 아닐까 싶은 것이다.  사람의 눈으로 보기엔 불쌍해 보여도 스밀라에겐

편안한 자세인 것은 분명하니, 스밀라가 잠든 상태의 몸을 눈대중으로 기록해 뒀다가,

딱 그만큼
몸을 기댈 수 있는 조그만 석고 동굴을 만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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