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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길고양이들의 '식빵굽기 대결'

by 야옹서가 2010. 4. 16.
길을 걷다보면 안전한 곳에서 식빵 굽는 길고양이를 만납니다. 무심한 얼굴로 날아가는 새를 지켜보는 모습에서

긴장이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덩치며 인상이며, 이래저래 왕초의 기운이 느껴지는 길고양이입니다.



그런데 고양이의 얼굴에 순간 긴장이 감돕니다. 뭔가 위협적인 상대를 만났기 때문일까요? 두 앞발에 힘이 들어갑니다.

"응? 내가 뭘요?"

5m쯤 떨어진 눈앞에, 젖소무늬 고양이가 의아한 눈으로 왕초고양이를 바라보고 있네요.

온몸으로 동그랗게 표현한 식빵 자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왕초 고양이의 눈이 경쟁심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하는 듯합니다.

"감히 네 녀석 따위가 내 앞에서 식빵 자세를 자랑하다니...질 수 없어!" 뭐 이런 대사가 머릿속에 자동재생되는군요;

"훗! 하지만 나를 이길 순 없을걸요. 난 엉덩이에 두둑한 살집이 있어서 완벽한 식빵 몸매가 나오잖수. 

게다가 형님에겐 없는 달콤한 딸기우유색 분홍코도 있다고요." 



귀를 납작하게 하고 넙죽 엎드려도 모자랄 판에, 자신만만하게 식빵 자세를 풀지 않는 젖소무늬 고양이 앞에서

얼룩고양이는 그만 주눅이 든 모양입니다. 제 눈에도, 젖소무늬 고양이의 식빵이 더 완벽해 보이는 게 사실이니까요.

신경쓰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시선이 눈앞의 매끈한 식빵 자세 쪽으로 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자꾸만 샐쭉한 눈으로 젖소무늬 고양이를 훔쳐보게 됩니다.



"에이 참...내 신세가 왜 이리 됐누." 시무록하게 꼬리를 내린 채 자리를 옮기는 얼룩고양이입니다.

더이상 자존심을 내세우며 식빵 자세로 젖소고양이와 대적하다가는 자기만 손해일 게 뻔합니다.

그래도 얼룩고양이 너의 연륜을 인정해주는 곳이 있을거야^^ 기운 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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