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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길고양이 사연 담은 따뜻한 그림전시회

by 야옹서가 2010. 4. 23.
때론 사진 한 장, 그림 한 점이 마음을 움직일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길고양이의 모습을

서정적인 수채화로 그린 김진희(냥이왕초) 작가의 작품도 그렇습니다. 고양이를 단순히 모델로 접근한 것이 아닌,

실제로 작가가 돌보고 구조하고 입양을 주선했던 고양이들입니다. 그리고 김진희 작가와 뜻을 함께 하는

회원분들이 보내  준 길고양이의 사연과 사진들도, 오롯이 그림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돌보는 양부모 고양이, 이민 간 반려인이 돌아올거라 믿으며 기다림에 지쳐 잠든 길고양이...

때론 귀여움에 웃음 짓고, 때론 애잔함에 눈이 시큰해지는 그림들입니다.

4월 27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5층에서 열리는 김진희 작가의 수채화 전시

'길에서 만나다' 전시 현장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전시장  한가운데 도록 전시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판매 수익금은 다친 길고양이들의 치료비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사랑스런 고양이들을 보니 마음이 사르르 녹는 듯합니다. 행운의 상징으로 불리는 삼색고양이입니다.


각각의 그림에는 저마다 사연이 있습니다. 작가가 돌보았던 고양이에는 이름과 그들의 내력이 적혀 있고,

다른 분들께 제공받은 사진을 참고해 그린 그림에는 제공자의 닉네임과 사연이 적혀 있습니다.



제목이 "나 좀 데려가 주세요".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 길고양이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어렵게 구조해서 입양을 보내면

고양이들이 잘 지내는지 걱정도 되지만, 입양을 해 간 집에서 부담을 느낄까봐 연락을 하기도 쉽지 않다고 하네요.


흔들리는 나팔꽃 줄기에 호기심을 보이는 길고양이입니다. 고양이들의 호기심은 다 똑같구나 생각하게 했던 그림.

"아가,울지 마" 촉촉한 눈빛이 마음을 끌었던 그림 중 하나입니다. 길고양이였다가 작가의 집에서 살게 된 

'하나'라는 고양이가,
막 구조된 어린 고양이를 돌보는 모습입니다.

나도 너 같은 시절이 있었다고, 좋은 사람 만날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건네는 것 같아 마음이 뭉클했던...

길고양이를 돌보는 분들께 사연과 사진을 받아 그림을 그릴 때면, 사진과 100% 똑같이 그리기보다는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그림으로 창조해 냅니다. 이 그림도 창틀에 앉은 고양이의 모습만 사진에서 따온 것이고,

뒤 배경은 고양이가 뛰놀기
좋은 넓은 앞마당을 상상해서 그렸습니다.  

고양이의 다정한 눈매가 눈길을 끕니다.

일본으로 이민 간 반려인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긴 기다림에 빠진 고양이 '에노'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창틀에 잠든

고양이의 모습은 사진을 참고로 했지만, 뒤 배경은 역시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려진 것이라고 합니다.



특별히 마음에 든 그림에는 한발짝 가까이 다가가 봅니다.


도록 표지로 쓰였던 아기 길고양이들의 그림입니다. 무한한 우주공간 속에 있는 듯한, 신비로운 색감의 배경입니다.

그림들은 이렇게 사이좋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전시되어 있습니다.

개와 고양이는 종이 다르지만, 어린 시절부터 함께 살면 스스럼없는 친구가 된다고 하네요.

김진희 작가의 집에서 정착하면서 마음이 여유로워진 고양이 '하나'의 한가로운 모습입니다.

눈치를 살피며 먹이에 다가가는 어미 길고양이의 모습이 마음을 짠하게 합니다.


쫓기며 도망 다니는 삶은 힘겹지만, 누군가의 손길에 보살핌을 받으며 새끼를 무사히 건사했을 것입니다.

도록 무인판매대 하단에는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그림들이 사방에 둘러 있습니다. 이 그림은

김진희 작가가 돌보는 길고양이 '심군'의 그림입니다. <심청전>에 나오는 심봉사의 성을 따서 붙인 이름이지요. 


앞을 보지 못하는 심군의 사연은  길고양이 에세이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에 실리기도 했었죠.

심군과는 구면이라 그런지,
얼굴이 나오지 않아도 저 도톰한 앞발에 더욱 정이 가네요.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그림은 수채화와는 느낌이 다르지만, 또 다른 묵직함으로 다가옵니다.


전시를 보러온 관람객들이 "원래 고양이를 무서워했는데, 이렇게 그림으로 보니 사랑스럽네요" 하고 공감할 때

길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는 김진희 작가. 그가 그린 그림들처럼, 

길고양이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담은 전시회를
자주 볼 수 있길 바라며 전시장을 나섭니다.

4월 21일(수)에 시작된 이번 전시는 27일(화)까지 열린다니, 동물을 사랑하는 분들이 많이 보러가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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