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스밀라가 뒤에서 폴짝 뛰어서 책상 위로 올라오곤 합니다. 저는 주로 컴퓨터책상에 앉아서 일하지만
왼편에 식탁을 개조해 만든 책상을 두고 자료를 보는 용도로 쓰는데, 스밀라가 즐겨 앉는 곳도
이곳입니다. 평소에 출입문을 등지고 일하는데다가, 스밀라는 워낙 살금살금 움직이는터라
기척도 내지 않아서, 집중해서 일하다 보면 갑작스런 스밀라의 습격에 화들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이날도 책상에 뭔가 올려져 있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고, 털썩 주저앉아 엉덩이를 동그랗게 해 가지고
식빵을 굽습니다.
"내가 할 일 없이 여기 올라온 건 아닐 텐데?" 하는 눈초리로 저를 빤히 올려다봅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눈치인지... 눈동자를 쏟아질 듯 크게 뜨고, 침묵시위를 합니다.
우엥우엥 졸라댈 때보다, 말없이 응시하는 침묵시위에 더 힘이 실릴 때가 있습니다.
적어도 제게 스밀라의 침묵시위는 하던 일도 멈추게 만들어버리는 힘이 있습니다.
못이긴 척 스윽스윽 쓰다듬어 주니, 그제서야 마음이 풀렸는지 잔뜩 힘을 줬던 눈에 힘을 풀고
차분히 내리깐 눈매가 됩니다. 고양이가 기분이 좋아져서 그윽하게 감는 눈빛이 참 좋습니다.
고양이의 머리에서부터 등줄기까지 차분히 쓰다듬을 때의 따뜻한 체온도, 그릉그릉 목을 울리는 기분 좋은 진동도...
휴일 오후를 평화롭게 만들어주는 기분 좋은 시간입니다. 스밀라와 제가 오붓하게 교감하는 순간을 위해,
책상 한쪽은 꼭 비워둔답니다. 스밀라가 굳이 허가받지 않고도 자유롭게 침묵시위를 할 수 있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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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척도 내지 않아서, 집중해서 일하다 보면 갑작스런 스밀라의 습격에 화들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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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엥우엥 졸라댈 때보다, 말없이 응시하는 침묵시위에 더 힘이 실릴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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