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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아버지와 베개를 공유한 고양이

by 야옹서가 2010. 5. 24.

아버지의 텔레비전 시청법은 베게를 이중으로 놓고 등의 각도를 높인 다음, 누워서 보는 방법인데

스밀라가 그 자리에 염치 좋게 끼어듭니다. 사실 처음 스밀라가 집에 왔을 때만 해도, 아버지 입장에선

안방은 동물에게 내줄 수 없는 '청정구역'이었습니다. '감히 동물이 사람 자는 데 들어올 수 있느냐'는

집안 어른의 자존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밀라는 처음 몇 달간은 제 방에서만 머물다

거실로, 부엌으로, 조금씩 활동 영역을 넓혀가야만 했습니다. 스밀라가 어슬렁거리다가 슬쩍

안방에 발을 딛기라도 하면, 당장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스밀라는 아버지가 좋다고

아버지 다리에 제 꼬리를 바짝 세워서 부비고, 그 앞에 발라당 드러눕곤 했지만요.


그런 고양이 애교에 마음이 녹았던지 아버지도 가끔은 스밀라와 놀아주곤 하셨고, 스밀라를 부르는

호칭도 '고양아'에서 '스밀라'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아버지도 언젠가부터는

스밀라가 안방에 들어와도 호통을 치지 않고 "그래, 거기 가만히 있어라" 하고 허용하는 단계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머니와 제가 바람을 잡기도 했습니다.

"지가 거기 있고 싶다는데 좀 놔 두죠. 거실보다 안방이 더 좋은가 본데..."(어머니)

"고양이는 좋아하는 사람 곁에 있고 싶어 한다던데..." (나) 뭐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이제는 아버지와 같은 베개를 베고 있어도 아무런 꾸지람을 듣지 않게 되었네요. 스밀라는 참 

강단 있는 고양이입니다. 안방출입금지령에 주눅이 들어 아버지에게 애교를 부리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안방에 들어오지 못했을 텐데... 스밀라의 유일한 금지구역은 지금 아버지가 누워 있는

이부자리 위입니다만, 저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만큼, 언젠가 저곳도 스밀라가 차지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스밀라는 한다면 하는 고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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