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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폴라로이드 고양이

[폴라로이드 고양이] 006. 진짜 용기

by 야옹서가 2010.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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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만났네, 근데 오늘은 상대해주기 힘들겠다. 내가 좀 바빠서."


 "난 지금 가장 소중한 걸 지키는 중이거든."
  

그 길고양이는 저를 보고도 잽싸게 달아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그간 제 얼굴을 자주 봤으니 낯이 익어서

그런가 싶었
습니다. 고양이를 만나러 오가는 길에 종종 출몰하는 녀석이라 조금은 친숙해졌거든요.

그런데 고양이의 태도가 평소와는 다른 듯합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도 다른 볼일이 생각났다는 듯

제 갈길을 찾아 사라지곤 하던
 녀석인데, 오늘은 껌딱지처럼 늘어붙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냥, 아직은 햇빛이 따가워 그늘에만 있으려나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궁금증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양철벽 틈새 너머로 어떤 소리가 들려왔으니까요. 

작은 동물들이 우당당탕 치고받는 소리, 삐약삐약 병아리 같은 작고 희미한 울음소리.  


잠시 후에 양철벽 틈새로 살며시 머리를 내민 것은, 아직은 어린 새끼 고양이였습니다.

엄마 고양이는 제 새끼를 지키려고 그렇게 보금자리 옆에서 보초를 서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쉽게 겁을 먹는 길고양이라 할지라도, 엄마가 된 뒤에는 없던 용기도 생겨납니다. 
 
홑몸일 땐 자기 목숨만 지키면 되었지만, 이젠 지켜야 할 것이 하나 더 늘었으니까요.

거친 세상에서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유일한 존재, 제 살붙이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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