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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폴라로이드 고양이

[폴라로이드 고양이] 008. 눈빛으로 애원하는 길고양이

by 야옹서가 2010. 6. 11.
 

여기는 안전하다 믿었어. 눈앞을 지나가는 것은 인간의 바쁜 두 발뿐,

아무도 이 어둡고 그늘진 자리까지 고개를 들이밀지 않았으니까.

 

아...어떻게 된 거지? 커다랗고 무서운 인간의 얼굴이 눈앞에!

쿵, 심장이 무너앉는 소리가 들려.



어떡하지? 계단 밖으로 달려나갈까, 계속 숨어 있어야 안전할까? 

손을 뻗어 날 홱 잡아채면 어쩌지? 제발 날 모른 척해줘!

 
인터뷰 기사에 쓸 사진의 추가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다 어린 길고양이를 만났습니다. 

맥없이 앉아있던 모습이 허기져 보여서, 늘 가방에 갖고 다니는 사료를 덜어 나눠주었습니다.

이런 경우 사람 손을 탔던 길고양이는 별 경계심 없이 넙죽넙죽 먹고 배가 부르면 슬그머니

사라지지만, 겁이 많고 경계심이 강한 여느 길고양이는 사료 한 알도 마음놓고 먹지 못합니다. 

한번 입질을 하나 싶더니 얼른 달아나 은신처로 숨어버립니다.


어디로 갔을까, 살그머니 따라가보니 계단 밑 나무 벽 사이에 숨어서 눈을 빛내고 있습니다.

제가 따라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탓인지, 눈이 딱 마주치자 그대로 얼음이 되어버렸습니다.

당혹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고양이의 눈망울에서 여러 감정이 읽힙니다. 고양이의 입은 마르고 심장은

철렁할 것입니다. 숨어야 하나, 이대로 달아나야 하나. 머릿속에서 온갖 계산이 돌아갑니다.

그러다 고양이가 애원합니다. 먹을 것도 싫고 관심도 싫으니 제발 모른 척 그냥 지나가 달라고. 

 
고양이가 눈빛으로 애원하는 소리가 내내 마음을 울려, 그 자리에 오래 머물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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