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던 동물이 세상을 떠나면 마음 속에 묻게 됩니다. 그러나 언제든 그들을 만나고 싶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 위치한 '스톡홀름 동물공원묘지'는 동물을 사랑하는
스웨덴 사람들이 함께했던 동물을 고이 묻어주러 오는 곳입니다. 숲속에 있고 무덤이 작고 낮아,
발밑을 주의깊게 보지 않는다면 이곳이 어떤 곳인지 쉽게 알기 어렵습니다.
스톡홀름 방송탑 근처에 위치한 동물공원묘지는 규모가 1만 2천 평방미터에 달합니다.
무덤에는 촛불을 밝히는 등과 동물의 이름/생몰년을 새긴 비석, 관리번호 표지판이 한 조를 이룹니다.
그리고 간혹 동물들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도 볼 수 있었습니다.
세상을 떠난 고양이의 가장 귀여웠던 순간을 간직하고픈 이의 염원이 느껴져, 애틋한 마음이 듭니다.
반려동물 묘지라서 각각의 무덤 자체도 크지 않은 편이라, 근처를 돌로 동그랗게 쌓아 구획을 표시합니다.
아직 시들지 않은 꽃들이 한가득 놓인 것을 보면, 인적 드문 이곳을 찾아오는 성묘객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듯합니다.
이끼가 곱게 낀 나무 둥치를 비석 삼아 잠든 고양이의 모습. 자연 속에서 잘 어울리는 무덤입니다.
무덤의 존재를 거창하게 부각하거나 강조하지 않고, 자연의 한 부분으로 존재하게끔 한 모습입니다.
엄숙한 묘지이지만 '카사노바'라는 이름을 붙인 고양이 무덤 앞에서는 설핏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지막한 무덤과 비석들... 그 속에는 함께 했던 고양이의 추억이 배어 있습니다.
세상을 일찍 떠난 고양이들도 있지만, 생몰년을 보면 15년, 20년을 산 고양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당당히 꼬리를 치켜들고 내게로 다가올 것 같은 고양이의 마지막 모습.
화려한 비석이 없어도, 내 고양이를 추억할 수 있는 물건이 있다면, 이곳에 묻어주고 싶을 것 같습니다.
함께 했던 추억이 희미해져도, 사랑하는 고양이의 무덤은 언제까지나 이곳에 남아있겠지요.
저마다 다른 추억을 간직한 채 반려동물 무덤의 장식물은 가만히 주인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언젠가 내 고양이 스밀라와 작별할 날이 오면, 스밀라의 풍성한 털을 닮은 나무 아래 표지판을 세우고,
스밀라가 그 나무인 양 어루만져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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