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가 두 손을 모아 배에 대고 넙죽 하는 인사를 '배꼽인사'라고 하지요. 어감이 귀여워서 기억하는데
스웨덴의 한 시골집에서 만난 아기 고양이에게서 이 배꼽인사를 환영선물로 받았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인사를 받은 것은 아니고, 경계의 눈초리부터 먼저 받았지만요.
현관 앞까지 나왔다가, 낯선 제 얼굴을 보고 얼어붙은 어린 동생이 손을 저으며 형을 부릅니다.
"형아, 이상한 사람 왔다!"
"정말. 못 보던 사람이네?"
"내가 그랬잖아, 이상한 사람 왔다고."
"동생아, 그래도 손님인데 배꼽인사는 해야지."(넙죽~)
형아가 먼저 정중하게 인사를 합니다.
동생도 머쓱해하며 따라 배꼽인사를 하지만, 자세가 영 어설픕니다. 인사하다 말고 고개를 들어
제가 뭘 하는지 빼꼼 올려다보는 폼이, 딱 새끼고양이다운 호기심 어린 모습입니다.
"근데, 누구세요?"
인사를 마친 형아 고양이가 고개를 발딱 들더니, 궁금함이 가득한 얼굴로 묻는 듯합니다.
손님 오면 꼬박꼬박 인사하라는 엄마 말씀대로 인사는 했는데, 제가 먼저 말해주기 전까지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 사이에 지루함을 참을 수 없었던지 동생은 뒤에서 딴청을 부리네요.
"너희들 만나러 온 거야," 하는 제 말을 고양이 형제가 알아들었을까요?
아마 낯선 인간의 말은, 그것도 한국어는 잘 모르겠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는 고양이들 앞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고양이가 제게 건네는 작은 몸짓 하나도, 돌이켜보면 추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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