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고양이라면 집안에서만 뛰놀아야 안전하다고 여겼기에, 스웨덴 시골의 집고양이들이 거리낌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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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노는 모습은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습니다.
아무도 간섭할 사람이 없으니, 어린 고양이들은 드넓은 숲속에서 자신만의 보물창고를 만들어갑니다.
새 집으로 입양을 갈 때까지 엄마젖을 충분히 먹고, 너른 뜰에서 서로 뒹굴며 싸우기도 하면서
사회성을 익혀,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자라납니다.
마치 도장툴로 찍어 놓은 것처럼 꼭 닮은 세 마리 고양이들. 한데 무리로부터 슬그머니 떨어져
어디론가 가는 아기고양이가 있습니다. 숨겨둔 맛있는 것이라도 혼자 먹으러 가는 건지...
궁금한 마음에 살그머니 뒤따라가니, 뜻밖의 보물단지가 숨겨져 있었네요.
"헉, 넌 언제 따라온 거냐!"
혼자 어디론가 사라진 형제를 몰래 뒤따라온 다른 고양이도 깜짝 놀라 저를 바라봅니다.
뒤를 밟은 저를 발견하고 어찌나 놀랐는지 눈을 휘둥그렇게 뜬 고양이. 당황해하는
커다란 눈동자가 저 유리병 속 구슬처럼 때그르르 굴러떨어질 것만 같아요.
"안돼! 이것만은 보여줄 수 없어!" 하고 외치듯 황급히 유리병을 온몸으로 껴안습니다. 하지만
조그만 아기고양이 덩치로는 커다란 유리병이 가려질 리 만무합니다.
이렇게 반대편으로 돌아서면 다 보이는 걸요^^
주인 아저씨가 모아놓은 구슬들이긴 하지만, 고양이 입장에서는 정원에 숨겨진 '보물단지'를
제 힘으로 발견한 셈이니, 동그란 것을 특히 좋아하는 고양이로서는 뺏기고 싶지 않은 보물이었겠지요.
얼마나 오래 모았는지, 유리병 속에는 제법 많은 구슬이 담겨 있습니다. 아마도 주인 아저씨의 세 아이들이
어린 시절 갖고 놀던 구슬을 모아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한두 개만 있으면 별 감흥이 없었을지 모르겠는데
크기도 다르고, 색깔도 달라서 오랜 시간에 걸쳐 모은 듯한 구슬들을 보니 어쩐지 애틋한 마음이 듭니다.
어렸을 때 제가 갖고 놀았던 유리구슬을 떠올려보면, 아무 색깔이 없는 투명한 유리알 속에
알록달록한 색 줄무늬가 한 줄 들어가 있었는데, 평범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무척 아꼈던 기억이 납니다.
구슬치기도 못하면서 단지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문방구에서 그 구슬을 하나하나 사 모으곤 했으니까요.
좀 더 머리가 굵어져서 용돈이란 것이 생긴 뒤에는, 수족관에 가서 수조 장식용으로 제작된
색유리구슬을 사기도 했지요. 비싸기는 했지만 구슬치기용 유리구슬보다 더 예뻤거든요.
그렇게 정성껏 모았던 구슬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는지...희미해진 어린 시절 기억만큼이나 허무하게
다 사라져버렸답니다.
이번에 고양이의 뒤를 따라간 덕분에 구경한 스웨덴의 유리구슬은 하나하나가 공예품을 연상케 할만큼 아름답네요.
주인 아저씨가 유리구슬을 버리지 않고 하나하나 모아둔 것도,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서 정원을 거닐다가
구슬단지를 발견했을 때, 흐뭇한 추억과 함께 웃음지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아기고양이 덕분에 어린 시절의 추억도 떠올릴 수 있었던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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