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많은 아기고양이는 가끔 엉뚱한 행동으로 웃음을 줍니다. 아직은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한 나이여서 그럴까요? 어른 고양이라면 별 관심도 주지 않고 지나갈 법한 일도,
유별난 호기심을 보이며 달려듭니다.
아기고양이 푸코의 눈에 들어온 것은 집주인 아저씨가 아끼는 수공예 장식장. 이 장식장 1층에는
늘 열쇠가 꽂혀 있습니다. 바로 옆에 고양이 화장실이 있기 때문에, 배변 훈련을 마친
아기고양이들은 매일같이 이 장식장 앞을 지나치게 되어 있어요.
한데 여느 집고양이들이 장롱 문 열리기를 기다려 쏙 숨어버리는 것처럼,
푸코도 뭔가 비밀이 가득해 보이는 장식장 문을 따고 들어가보고 싶은 모양입니다.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안 보이는 틈을 타서, 열쇠를 붙잡고 장식장 문 따기에 도전합니다.
먼저 "식구들 아무도 안오는 거 맞지?" 하며 눈치를 살핀 다음 일에 착수합니다.
저는 손님이라 장난쳐도 꾸중하지 않을 것을 눈치챘는지, 제가 내려다보고 있어도 개의치 않네요.
두 손으로 열쇠를 움켜쥐고, 손이 보이지 않을 만큼 재빠른 손놀림으로 열쇠를 휙휙 돌려봅니다.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뒷발로 오래 버티기' 운동을 해왔는지 모릅니다. 키가 닿지 않는
곳까지 두 손을 뻗으려면, 뒷다리 힘은 필수니까요.
하지만 서툰 아기 고양이 손이라 잘 열리지 않네요. 푸코는 입이 바짝바짝 마른지, 혓바닥으로 날름
입술을 축여 봅니다. 그렇다고 제가 도와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혼자 해내는 기쁨을 깨달을 때까지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요.
일단 철수를 선언하고 물러난 푸코가, 식탁 기둥을 붙들고 헛둘 헛둘 체력단련을 하다가
저와 눈이 딱 마주칩니다. "쉿, 오늘 본 건 비밀이에요!"
난 아무 짓도 안했노라고 천연덕스럽게 잡아떼는 듯한 표정에 두 손 들었답니다.
주변의 모든 것을 놀잇감으로 삼는 스웨덴 아기고양이의 하루는 이렇게 저물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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