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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북유럽

멈출 수 없는 고양이 꼬리의 유혹

by 야옹서가 2010.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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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들에게 살랑살랑 움직이는 엄마 꼬리만큼 좋은 장난감이 있을까요? 

회색 턱시도를 입은 이 아기 고양이도, 두 팔을 한껏 벌리고 엄마 꼬리를 단숨에 움켜잡을 기세입니다.

제 딴에는 진지한데, 보는 저는 어찌나 귀엽고 재미난지요.

엄마 고양이는 뒤돌아보진 않았지만, 등 뒤에서 덮쳐오는 어두운 그림자를 느꼈는지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마징가 귀 모양을 하고 있네요.
 

장난도 잘 치지만 싫증도 잘 내는 것이 아기고양이의 마음. 회색 턱시도 냥이가 금세 손을 털고 떠나자

엄마 꼬리는 두 녀석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노랑둥이가 팔짱 딱 끼고 물어봅니다. "맛있어?"

"음, 한번 맛을 봐야 알겠는데..." 


"좀 짭짤한 거 같기도 하고..."

"에잇, 나도 먹어볼 테야!"


모처럼 계단에서 햇빛이나 쬐며 쉴까 했더니, 아이들이 영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끝까지 따라붙어 

꼬리를 노리는 노랑둥이 때문인지, 엄마 고양이의 심기가 좀  불편해 보이네요. 엄마 고양이에게도

육아에서 벗어나 휴식할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이 녀석이, 그만 좀 까불라니까!"

엄마 고양이가 새끼를 붙들고 꼼짝 못하게 안아버립니다. 이렇게 투닥투닥 하면서 생
존을 위한

싸움 기술도 익히게 되지요. 또한 장난으로 싸울 때는 발톱을 집어넣어야 한다는 것도 배우게 됩니다. 

그 와중에도 살랑거리는 엄마 꼬리를 보고 덤벼드는 얼룩냥. 엄마 고양이는 '내 앞발이 네 개였으면' 하고

바라지 않을까 싶네요. 천방지축 장난만 치는 녀석들을 꼭 붙들고 있으려고요.


노랑둥이가 꼬리를 포기하고 새로운 놀이 상대를 찾자, 엄마는 한시름 덜었는지 한가로운 표정을 짓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에 나타난 복병에게 꼬리를 붙잡히고 말지요. 

"헤헤, 엄마 꼬리 내 거다!" 
  

잠시도 쉴 날 없는 엄마의 꼬리. 하지만 아기 고양이들이 더 이상 꼬리를 만지지 못하게 될 날도 머지 않았어요.

생후 10주가 지나면 아기 고양이들은 새로운 입양처를 찾아서 아저씨네 집을 떠나게 될 테니까요.

그때가 되면 엄마 고양이도, 꼬리 끝에 느껴지던 새끼들의 장난스런 손길을 그리워하게 될까요? 

 
*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에서는 2010년 6월부터 유럽 고양이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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