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나 연륜으로 따지면 상대도 되지 않건만, 아기 고양이들은 자꾸 장닭 아저씨를 노립니다.
몸을 잔뜩 숙이고 뒷다리를 동동거리는 걸 보니, 또 스프링처럼 갑자기 뛰어올라
아저씨에게 덤벼들 모양입니다.
이 집에서 제일 연장자인 할머니 고양이는, 어린 녀석들이 천방지축 까부는 모습이 영 불안하기만 합니다.
장닭 아저씨가 성격이 무던해서 그냥 참을 뿐이지, 한번 화내면 무섭다는 걸 잘 알고 있거든요.
특히 저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은 다 큰 어른 고양이도 위협을 느낄 만큼 매섭습니다.
하지만 아직 어린 고양이들에게 겁나는 게 뭐가 있겠어요. 여기 치즈태비 어린이도
장닭 아저씨를 덮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립니다. "하나도 안 무서운데요?" 하면서
팔짱까지 떡 끼고 장닭 아저씨를 정면으로 바라봅니다.
"이렇게 자전거에 기대면 내 키가 아저씨보다 더 크다고요!"
근거도 없이 제가 아저씨보다 더 세다는 걸 인정받고 싶어 하는 어린 고양이입니다.
급기야 아저씨를 향해 주먹까지 쥐어 보입니다. 저 자세로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로군요.
장닭 아저씨는 기가 막히다는 얼굴로 눈을 부라립니다. 까불까불하는 어린 녀석을 혼내줄 수도 없고...
"햐... 니가 머리에 이~따만한 구멍이 한번 나 봐야 '아, 아저씨가 이렇게 무서운 닭이었구나' 할끄야~"
서슬퍼런 장닭 아저씨의 기세에 기가 죽은 아기 고양이는,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아주 조금 물러납니다.
그래도 고양이의 자존심이란 게 있거든요. 저러다 갑자기 바쁜 일이 생각난 척하며 도망가겠죠?
가끔 턱없는 장난을 치긴 하지만, 장닭 아저씨와 어린 고양이들은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동물들은 다른 종과의 공존도 충분히 가능하니까요.
*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에서는 2010년 6월부터 유럽 고양이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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