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시청사는 스톡홀름 전경을 아름답게 담을 수 있는 유서 깊은 전망탑으로 유명합니다.


시청사라면 어쩐지 딱딱하고 사무적인 공간일 것 같지만, 시청사 역시 문화유적의 일부여서

관광명소로도 유명하고, 청사 앞의 잔디밭은 공원처럼 개방되어 누구나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습니다. 


스톡홀름의 여름은 해가 길고 청명하지만,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한낮에도 해가 일찍 떨어지기 때문에

짧은 여름을 즐기기 위해 햇빛을 쬐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습도가 낮아  몸이 끈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햇살은 제법 따가운데도, 오히려 살갗을 따끔따끔 찌르는 그 느낌을 즐기는가 봅니다. 


시청사 앞 잔디밭에 한가로이 소일하는 사람들 사람들 사이로, 고양이와 함께 산책 나온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유럽에서도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은 종종 눈에 띄지만 고양이를 데리고 나온 사람은 드물고, 두어 번

마주쳤던 고양이도  이동장 속에 있어서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지라,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봅니다. 


 
아저씨는 "고양이를 찍는 건 괜찮은데, 내 고양이는 수줍음을 잘 타는 호랑이니까 너무 가까이서는 찍지 말라"고

농담을 건넵니다. 한국 사람이냐고 묻더니, 한국 사람은 다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녀서 표가 난다네요.

그런다고 도둑맞지 않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싱긋 웃습니다. 약간 짖궂은 구석이 있는

아저씨지만, 고양이에게 다정히 손을 건네는 모습에 마음이 풀렸습니다.
 


돌발사태가 생겨도 고양이가 놀라 달아나는 일이 없도록, 아저씨는 고양이의 목줄을 손에 꼭 쥐고 있습니다.

수줍은 호랑이치고는 동글동글 너무 귀엽게 생겼습니다.


햇빛이 뜨거운지, 이동장 뒤로 슬며시 몸을 옮기는 고양이의 표정이 의뭉스럽습니다. 수줍음을 많이 탄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낯가림이 없고 오히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모습이 강렬합니다.


강렬한 눈매에 빠져들 것만 같습니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스밀라도 저렇게 예쁜 초록색 눈을 하고 있는데...

문득 내 고양이가 떠올라 조금 쓸쓸해집니다.

내 고양이는 아니지만, 고양이가 주는 치유의 힘 덕분에 더위도 잠시 잊고 잔디밭에서 휴식을 취해 봅니다.


*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은 2010년 6월부터 유럽 고양이 여행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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